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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눈] 미국 사장님, 임금을 올리다

안승찬 기자I 2016.07.20 06:00:00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그는 우리 돈으로 한해 307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겸 최고경영자(CEO)이 한 해 받는 연봉은 2700만달러다. 우리 돈으로 약 308억원이 넘는다.

다이먼 회장 연봉은 JP모건에서 근무하는 직원 평균 임금의 264.8배이고 미국의 일반적인 최저 임금 노동자와 비교해 1278.9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다이먼 회장이 최근 최저 임금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상당수 미국인 임금이 너무 오랫동안 제자리에 있다”면서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이먼 회장은 JP모건의 시간당 최저 임금을 10.15달러에서 12~16.5달러로 20% 가량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JP모건 직원들은 자신 월급보다 평균 20배 넘게 돈을 벌어들인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16.5달러로 인상해도 여전히 임금의 12배 수준이다. ‘다이먼 회장이 차라리 아무 말하지 않고 임금을 올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임금은 올랐다.

JP모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이 직원 임금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커피전문업체 스타벅스는 오는 10월3일부터 미국 내 스타벅스 직원 월급을 최소 5% 인상하기로 했고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널드와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 타깃 등도 직원들 최저 임금을 올렸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정해 놓은 최저 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다. 정부가 정해 놓은 최저 임금보다 기업들 인상 속도가 더 빠르다.

물론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저 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3월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워싱턴D.C 도 동참했다. 기업들은 어차피 올라갈 임금이라면 조금 일찍 올려 생색이라도 내자는 심정이 작용한 지도 모르겠다.

더 중요한 배경은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동시장이 좋아진 미국에서 요즘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둘까 걱정이다.

미국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종업원을 고용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최근 1.1개월로 치솟았다. 15년만에 최고치다.

중소기업의 경우 29%가 인력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48%가 숙련된 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겪고 있다. “사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며 직원들이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부쩍 커졌다.

결국 아쉬운 건 사장님이다. 좋은 직원을 붙잡으려면 임금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지난 2010년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따지고 보면 다이먼 회장이 갑자기 박애주의자가 된 것은 아니다. 그는 직원 월급을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걸 알아챘을 뿐이다.

한국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최근 한국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6030원보다 7.3% 인상한 647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 임금 1만원’을 요구하던 노동계 대표가 결국 집단 퇴장한 이후 나온 결정이다.

노동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고 경영계는 ‘경기도 어려운 데 수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앓는 소리를 냈다.

사실 한국은 정해진 최저 임금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지급규정을 위반해도 대부분 ‘최저임금 제대로 지급하세요’라는 식의 시정조치에 그친다. 아쉬운 사람이 지갑을 연다는 원칙은 간데 없고 편법만 활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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