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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20대 초반 훈련소에 입대한 청년들은 낯선 군대에 차츰 적응하기 시작한다. 처음 총을 쏘고 내무반 청소를 하며 점차 군인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과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기보다 아직은 앳된 모습의 젊은이들. 정훈병 출신의 박경근 작가는 ‘군대: 60만의 초상’이란 영상작품을 통해 한국의 청년들이 각기 다른 개인에서 점차 60만 군인의 일부가 되는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옵티컬 레이스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재와 정보시각연구자 박재현이 만든 작가그룹. 이들은 각종 통계자료와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있다. ‘가족계획’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를 일컫는 에코세대(1979~1992년생)를 주제로 한 대형 인포그래픽 설치작품이다. 바닥에는 지역별 고용조사데이터를 기초로 산정한 에코세대 미혼남녀의 소득분포 조합 수십개를 대형 원 안에 작은 원으로 배치하고 그 위에 대형 피라미드 모형을 거꾸로 매달아 부모와 남녀 본인의 통계서 추출한 예비부부의 결혼자금을 제시했다. 자신의 소득이 적혀 있는 원 안에 서서 피라미드를 보면 결혼에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한국사회의 중산층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소득을 높여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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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의 격년제 전시인 ‘아트스펙트럼’은 국내서 활동하는 신진작가를 발굴하자는 취지로 2001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리움 큐레이터들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추천위원단이 장르와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작가를 선정, 전시기간 내 심사를 거쳐 작가 1명(팀)을 다시 뽑아 상금 3000만원을 수여한다. 그동안 베니스비엔날레에 작품을 선보였던 이형구·문경원·김아영 등이 ‘아트스펙트럼’ 출신이다.
올해는 박경근과 옵티컬 레이스를 비롯해 김영은(사운드 설치)·박민하(영상·설치)·백정기(설치)·안동일(회화·사진)·옥인 콜렉티브(설치)·이호인(회화)·제인 진 카이젠(영상·설치)·최해리(회화·영상·설치) 등 10명(팀)을 선정했다.
‘아트스펙트럼’이란 주제처럼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소재 역시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박민하 작가의 ‘리믹싱 타임스페이스’(Remixing Timespace)는 미국의 달탐사를 소재로 한 영상작품이다. 김경은은 ‘소리의 색조’를 통해 미국 아이튠즈 스토어의 음원이 한곡당 1.29달러인 것에 착안해 29센트어치 재생시간·음정·주파수가 빠진 세 가지 버전의 1달러짜리 노래를 선보인다. 또한 이호인은 급격한 개발로 인해 반세기 만에 상전벽해처럼 변화가 일어난 여의도와 잠실 등의 풍경을 마치 오래전부터 존재한 것처럼 여기는 상황 자체에 의문점을 담아 회화를 내놨다. 제인 진 카이젠은 제주의 4·3항쟁을 소재로 한 사진과 영상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질곡을 직시한다.
전시는 8월 7일까지며 출품작은 40여점이다. 전시기간 동안 아티스트 토크 등 작가별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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