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시장은 긍정의 힘과 인간에 대한 신뢰를 이야기 한다. 그는 긍정과 신뢰가 있기에 과거에 행복했고, 현재를 넘어 미래에도 자신의 행복 에너지를 나눠주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35년간 공복(公僕)으로 살아온 그의 삶을 3권의 책을 통해 되돌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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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택 대전시장이 최근 항상 곁에 두고, 수시로 읽는 책 중 하나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이다. 2010년 이후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쓴 ‘정의란 무엇인가’의 2편 격인 책이다. 경제적 가치를 도덕적 가치보다 우위에 뒀을 때 나타나는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2012년 발간했다.
권 시장은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 인간의 생명이 돈으로 매길 수 있을 만큼 가치가 하락했다는 내용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다. 인간의 생명, 인간의 존엄성은 절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묻기 전에 과연 무엇이 행복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아 먼 여행을 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피안’처럼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것들 속에 행복이 있습니다.”
그는 행복의 반대말을 열거했다. 다툼, 분열, 시기, 질투…. “모두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들입니다. 이와 반대로 생활하면 행복해 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도 이를 실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안다. 그래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
권 시장은 “성공도, 실패도, 힘들거나 기쁠 때에도 작게는 가족과 또는 직장동료와, 친구들과 함께 하고 나누면 행복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올해 대전시의 시정방향인 ‘행복키움’에는 권 시장의 이같은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지난해 ‘행복드림’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행복을 키워보자는 의미입니다. 시민 개개인을 포함해 사회적으로 행복을 만들고, 노력해보자는 뜻이 들어 있어요.”
최근 우리사회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 심화로 인한 양극화 문제에 대해 물었다.
“자본주의는 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회적 책임’의 시대입니다. 물건을 만들어 팔더라도 환경과 윤리,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에요. 과거와 같이 ‘돈=행복’이라는 등식은 이제 맞지 않아요. 많이 가지는 게 미덕인 시대에서 존재 이유를 묻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 권선택의 삶도 이런 틀을 벗어날 수 없다”며 “이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소통’과 ‘경청’을 중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를 낮추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 소통의 시작이자 ‘사회적 책임’의 바탕이다.
사회적 책임은 거액의 돈을 기부하거나 수백시간의 봉사활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웃을 생각하고 소통하며 경청하는 것이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 권 시장의 행복론이다.
◇ 공부논쟁 “엘리트 교육 바꿔야 미래 있어”
전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거세다. 아이돌로 대표되는 대중문화만이 아니다.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는 새마을운동 바람이 부는 등 한국식 개발 모델을 배우고 싶어한다.
심지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한국식 교육모델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우리나라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한국식 교육에 불만을 토로하며 개혁을 요구한다. 김대식, 김두식 형제가 쓴 ‘공부논쟁’은 한국의 엘리트 교육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쳤다. 명문대에 들어가면 사회적 성공이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 조기교육과 성적 만능주의에 빠진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온 권 시장 역시 한국 교육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한다.
권 시장은 “공부가 목표인가, 수단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저 역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권 시장은 1977년 행정고시 최연소 수석합격자다) 하지만 우리나라 엘리트 교육이 ‘사람’을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시험 잘 치는 사람들에게 과학정책을 맡겼어요. 그 결과 새로운 이론은 커녕 새로운 발견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지 않나요?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그는 서울대 등 수도권 명문대 중심의 교육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 시장은 “서울대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지방 국립대를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공동 학위를 주는 등 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다같이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담론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길은 여럿”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한 지 20년 20일 만인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신 교수는 20년의 수형 생활 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그 만남에서 얻은 깨달음을 소개한 책이 ‘담론’이다.
권 시장 또한 살아오면서 수차례 역경을 겪었다. 충청권 출신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요직인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을 역임한데 이어 참여정부인 2003년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맡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그 영예는 오래가지 않았다. 주변의 견제로 갑작스레 공직을 떠나야 했다.
한동안 방황하던 그에게 제2의 인생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2004년 열린우리당 입당과 총선 출마가 이어졌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전 중구에서 거물 정치인인 강창희 전 국회의장을 꺾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권 시장은 “인생에 있어 큰 좌절이 2번 있었다. 첫번째는 입시였다. 대전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후기로 대학에 들어갔다. 이후 17대와 18대 연속 국회의원의 길을 걷던 중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던 것이 가장 뼈 아픈 실패였다”고 고백한다.
그는 2번의 실패와 역경을 ‘생각의 전환’을 통해 극복했다.
“후기대학을 가야했지만 덕분에 평생을 같이할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다음 대전시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이 국회의원 뿐인가라는 생각에 대전시장에 도전하게 됐지요. 지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생각을 바꿔보길 권합니다.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신 교수가 ‘담론’에서 언급한 다양성과 다름에 대해 그는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되며, 새로운 시작이어야 합니다.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 변화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출발이어야합니다.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은 소수를 존중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반드시 필요해요.
권 시장은 공직자들에게 ‘우문현답’을 강조한다.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다. “대전시정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대화를 통해정책이 입안, 집행되야 합니다. 행정은 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생각과 행동은 시민을 고통으로 몰아넣게 됩니다. 책상에서 하는 행정도 마찬가지에요.”
●권선택 대전시장은
1955년 대전 중구 목달동에서 태어났다. 대전 산서초와 충남중, 대전고를 거쳐 1974년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1977년 행정고시에 최연소로 수석합격하며 공직에 발을 디뎠다. 1990년 충남도 기획관, 1995년 대전시 기획관리실장, 1999년 대전시 행정부시장, 2002년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 2003년 청와대 인사비서관 등을 지냈다. 2004년 정치에 입문해 제17·18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으로 당선,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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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사의 서가]③권선택의 서가에서 찾은 행정의 지침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