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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승용차로 20분(8.74㎞) 남짓 거리에 있는 경기도 위례신도시(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에 도착하니 상황은 딴판이다. 입주가 한창인 ‘위례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 전용 85㎡형 전셋값은 3억 3000만~3억 5000만원으로 한달 새 50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집주인과 이야기를 잘하면 3억원 초반에도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며 “전세 물량이 여유가 있을 때 계약을 해야 이득을 볼 수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 전세시장이 지역별로 따로 놀고 있다. 서울 도심지역에서는 전세 물건이 씨가 말라 전셋값이 연일 상승세다. 반면 위례·동탄2·김포한강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에서는 세입자를 기다리는 전세 물건이 널려 있다. 지난해 말부터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전셋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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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전세 거래된 아파트는 7768건으로 전월(9328건) 대비 17% 줄었다. 전년 동월(1만 344건)보다는 25%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1년 이후 최저치로 2013년 9월(7698건)과 2015년 9월(7316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8000건을 밑돌았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면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사람이 늘게 된다”며 “기존 전세 세입자들이 재계약에 적극 나서면서 전세 계약이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동 R공인 관계자는 “전셋집 재계약 6개월 전부터 세입자로부터 계약을 하자는 전화가 먼저 걸려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상황이 흔해지면서 중소형 아파트 전세 물건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전했다.
재건축 이주가 잇따르고 있는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공인 채은희 대표는 “재건축 이주수요가 꼬리를 물면서 입주 물량에 비해 수요가 많아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 “전세 물건 빨리 보러 오세요”
그러나 위례·동탄2·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2기 신도시 아파트 전셋값은 1월 셋째 주 0.01% 하락하며 한 달 동안 0.04%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해 4월 월간 변동률(-0.12%)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로 서울지역 전셋값 상승폭(0.43%)과 비교하면 10배 넘는 차이를 보였다. 대단지 아파트 입주로 전세 물량은 많아졌지만 학교와 생활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세입자들이 입주를 망설이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위례신도시에서는 지난해 11월 ‘엠코타운 플로리체’ 아파트(970가구)를 시작으로 이달 공공분양 아파트인 ‘위례에코앤롯데캐슬(1673가구)까지 총 7개 단지, 6426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했다.
입주 물량이 쏟아지자 전셋값도 하락세다. 입주가 한창인 엠코타운 플로리체 전용 95㎡형 전셋값은 4억 1000만~4억 2000만원으로 최근 두달 새 8000만~9000만원 가까이 빠졌다. 박성진 위례원공인 대표는 “새학기를 앞두고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이 소폭 올랐지만 입주 한 두달 전 전셋값(5억원)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올해와 내년 수도권 신도시 내 입주 물량이 70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예상돼 전세시장 안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