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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일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골목 안에 자리잡은 한옥 한채가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통해 한국미의 아름다움을 설파한 혜곡 최순우(1916~1984) 선생이 말년에 살다가 타계한 곳이다. 당시 성북동 일대에는 낡은 한옥을 헐고 다세대주택을 짓는 것이 유행이었다. 자칫 사라질 뻔했던 한옥은 현재 ‘최순우 옛집’으로 불리며 성북동의 명소이자 문화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다세대주택이 될 뻔했던 최순우 선생의 한옥이 원형을 유지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 배경에는 시민들의 후원이 컸다. 사단법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그해 12월 시민 성금으로 매입한 뒤 보수와 복원공사를 거쳐 2004년 4월부터 일반에 개방했기 때문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1895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모태로 한다. 산업혁명 이후 사회가 급변하면서 역사적·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 등이 개발논리에 밀려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한 런던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았고 이 기금을 토대로 예술가들이 살던 집이나 훼손 위기에 놓인 명승지 등의 토지를 구매해 보존하기 시작했다.
이후 ‘최순우 옛집’은 한국의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1호로 명명됐고 문화재청은 2006년 등록문화재 제268호로 지정했다. 현재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관리하고 있으며 ‘최순우 옛집’ 외에 전남 나주의 ‘도래마을 옛집’, 한국 근·현대조각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조각가 권진규가 생전 작업했던 성북구 동선동의 ‘권진규 아뜰리에’도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의 관리로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됐다.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미래의 문화유산이 될 공간이나 장소를 보존하는 일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급속하게 사라져가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2012년부터 ‘서울 미래유산 보존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서 가장 처음 지은 아파트나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부동산중개소 등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해 보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동요작곡가 윤극영 선생과 언론인 함석헌 선생의 가옥도 시의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시민에게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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