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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주값 인상에 움츠러드는 서민 지갑

논설 위원I 2015.12.08 03:00:00
소주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최근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360ml)의 출고가격을 병당 961원에서 54원 오른 1015원으로 5.62% 인상한 데 이어 다른 소주 제조업체들도 인상 대열에 합류하거나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원부자재의 가격 상승과 제조 및 판매비용 증가 등으로 원가상승 요인이 누적된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한다. 하이트진로의 이번 소주 출고가 인상은 지난 2012년 이후 3년 만의 일이기도 하다. 빈병 보증금 인상도 소주 출고가 인상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환경부는 내년 1월 21일부터 소주병의 보증금을 현행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 130원으로 인상하는 ‘빈병 보증금’ 인상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빈병 취급 수수료도 현재 소주병 16원, 맥주병 19원에서 각각 33원으로 인상된다.

그러면서도 실제 인상 요인보다 적게 올렸다는 게 업체들의 항변이다.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이 오른 탓에 발생한 인상 요인만 해도 100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을 자제했다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출고가가 100원도 오르지 않았지만 실제 음식점이나 주점 등에서 파는 가격은 1000원 가까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부 음식점의 경우 이미 소주 한 병 값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고, 상당수의 업소들도 비슷하게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년 전 소주값이 8% 정도 올랐을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그렇다고 업소들에게 출고가 인상분을 모두 감내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중주를 대표하는 소주값이 오른다면 서민들로선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시기적으로 술자리가 이어지는 연말을 맞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소비자로선 소주값 인상을 증세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소주에 매겨지는 주세는 출고원가의 72%라서 출고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소비자들이 소주 가격 인상을 담뱃값과 마찬가지로 증세로 받아들이면 소비심리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그러지 않아도 움츠러든 내수 경기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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