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사옥에서 열린 소방직 처우개선 관련 좌담회에서 “소방공무원에 대한 공무상 요양 실태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요양비 단가 현실화와 인정품목 확대를 위해 ‘공무상 특수요양비 산정기준’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인사처를 대표해 참석한 이종민 연금복지과 사무관은 “요양 실태 조사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의료계 등 전문가 의견수렴과 법원 판례 분석 등을 바탕으로 공무상 요양 인정 및 보상기준 등을 계속해서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상 제도 주무부처인 인사처가 제도개선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안전처(안전처) 중앙소방본부는 △불승인율이 높은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요양신청 승인율 확대 △요양비 단가 현실화 △개인 자비부담 후 환급 받는 방식을 국가 선(先)부담 방식으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소방본부에 공상 전담자를 지정·채용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 위원 개편 및 소방직 추천 위원제 도입 △소방직단체 설립 △소방전문병원, 소방전문중앙센터 건립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이종민 사무관(이 사무관), 공무원연금공단 연금보상실 김석주 부장(김 부장), 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주영국 소방복지계장(주 계장), 부산광역시 소방안전본부 이근영 소방교(이 소방교),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윤명오 교수(윤 교수), 정신과 전문의인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김지은 교수(김 교수), 정신분석·심상치료 전문가인 중앙공무원교육원 임재호 교수(임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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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계장= “세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공무상 요양제도를 직무 특성에 맞게 위험직과 행정직으로 나눠서 적용해 승인율을 높여야 한다. 현재 요양승인 기준은 직군에 관계없이 똑같아 소방직 업무의 특수성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요양비 단가를 현실적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무상 요양승인을 받더라도 특수요양비 산정기준이 낮아 나머지 차액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부상자 본인이 좋은 보조제나 신약을 쓰려면 국가에서 치료비를 다 받지 못하고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셋째, 국가 선(先)부담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나중에 일부만 환급받는 방식을 지속한다면 자비 부담 관행이 사라질 수 없다. 찰과상 등 하루 또는 이틀 정도 소요되는 비교적 가벼운 상해의 경우도 11종이나 되는 서류 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작은 상해일수록 요양승인신청을 하지 않고 자비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 소방교=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는 구급 대원이 반복적으로 환자를 들것으로 이송하다가 허리디스크가 생겨도 ‘퇴행성 질환이고 업무상 인과관계가 없다’며 공상자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까지는 허리에 전혀 이상이 없던 나도 공상을 인정받지 못했다. 육안으로 안 보이는 퇴행성 질환에 대해 다친 대원 스스로 입증하는 게 정말 어렵다. 일부는 소송에 나선다. 퇴행성 질환이라도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비가 80만원인데 소송비로 500만원을 써야 하는 내 경우를 봐도 대부분의 소방관들이 자비로 치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사무관= “공무상 요양절차에는 진단사유든지 신청서라든지 최초 내원한 병원의 진료기록 있어야 하고 사고 경위서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 간소화하면 좋겠지만, 심의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필수 서류가 필요하다. 공무상 요양승인제도 절차를 현장에서 어렵게 느끼는데 이에 대한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
△김 부장= “공무 수행 중에 사고로 인해 새로 발생한 부상 혹은 질병이면 공상을 인정받기 쉽다. 작년 심의 결과를 보면 소방공무원의 주된 요양승인신청이 근골격계 질환이었는데 90%가량 승인했다. 불승인된 경우는 일부 퇴행성 질환이었다. 퇴행성 질환이라 하더라도 직업병적인 측면에서 많이 고려하고 있다.”
◇“美 9·11 사태로 소방관 천식 늘자 공상기준 신설해”
△임 교수= “설사 소방공무원이 과거 지병을 앓은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소방업무로 질병이 더 악화된 것인데, 이런 질환은 공상으로 인정을 해줘야 한다. 소방공무원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질병이 걸리지 않았을 것 아닌가.”
△이 사무관= “물론, 공단에서 공상자로 인정받지 못한 퇴행성 질환 사례가 법원에서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인사처는 이런 판례들과 산업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공무상 요양 인정 및 보상기준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김 교수= “요양승인 기준을 유연하게 바꿀 줄 알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9·11 사태 이후 미세먼지나 분진이 늘면서 소방관의 천식질환에 대한 공상요양승인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미국에서 최근 페인트 공장의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투입한 젊은 소방관이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 병에 걸렸다. 이후 관련 연구들이 이뤄져 ‘소방관들이 미세한 뇌손상을 입어 파킨슨병 발병률이 10배가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방관 건강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소방병원을 건립하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공상요양승인 기준을 만들 수 있다.”
△임 교수= “공상 개념도 달리 생각해야 한다. 공상 개념에 트라우마 등 정신적 상처를 포함해야 하는데 현재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 팔을 잃거나 다리를 잃는 것은 신체의 상처인 것과 동시에 심리적으로도 매우 큰 상처다. 신체에 장애를 입고 자신을 쓸모없는 소방관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공상 심의회에 소방직 추천위원도 포함해야”
△김 부장=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의 전문가가 심의위원으로 직접 참여해 요양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전문성을 강화하려고 한다. 정형외과 심의위원의 경우 발목, 무릎 등 다양하게 부위별로 전문위원들을 위촉해서 심도 있는 심의를 할 필요가 있다. 협력병원을 통해 요양승인신청 관련 서류 대행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전국에 224개 협력병원제를 운영 중이다.”
△윤 교수= “공상 판정에 대한 공정성, 투명성, 피드백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방어적으로 생각해서 이해관계자를 배제하는 방식에서 달라져야 한다. 요양 신청을 하는 소방관을 정당한 요구를 하는 사람으로 전제하고 자기 권리를 원활히 주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심의회에 소방직 추천 위원을 넣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김 부장= “지금도 소방 관련 전문성을 가진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들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방 분야에 전문적인 사람들이 더 위촉하면 지금보다 더 전문성은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이 사무관= “전문성을 기준으로 심사위원을 위촉해 이분들이 소신껏 판단하고 있다. 승인율이 100%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지금보다는 공상 승인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
△윤 교수= “소방조직 자체의 해법도 고민해봐야 한다. 현장에서 다치면 팀워크나 매뉴얼의 부족 혹은 잘못된 지시 등의 책임을 묻는다. 이는 부상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방관이 적극적으로 직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가에도 이익이다. 소방본부에서 노무사라든지 공상 관련 전담 인원을 따로 채용해 서류의 전문성 미비 등으로 요양신청이 거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방직협의체처럼 권익을 주장할 수 있는 조직도 신설하는 게 필요하다.”
총괄=김정민 에디터
진행=최훈길 기자
정리=한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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