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모르는 사람을 ‘문맹’이라 하듯 금융문맹은 금융에 대해 잘 모르고 어려워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대한민국은 그 동안 빠른 성장을 했지만 돈 문제에서만큼은 ‘문맹’에 가깝다. 멀쩡한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빚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이 최근 5년 간 14만 8000명이고 개인회생 등 다른 제도를 통해 채무조정을 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30만명 이상이 신용불량자다.
저축은행 사태를 기억하는가. 이때 많은 사람들이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는데 피해자들 평균 나이는 62세, 피해 규모는 총 26조였다. 대부분 금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1% 이자를 더 받기 위해 평생 모은 재산이나 노후 자금을 맡겼다가 피해를 본 것이다. 젊어서부터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건 잘못이지만 포괄적으로 본다면 금융문맹이 이런 결과를 낳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금융문맹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금융상품이 복잡해지고 있다.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짧은 시간 충분한 정보를 얻고 금융상품 거래를 하는 것은 사실 상당히 어렵다. 예전에는 금리,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따로따로 거래하는 식의 단순한 금융상품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전통적인 투자 자산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해 매우 복잡한 구조의 금융상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이런 상품에 대해 스스로 공부해서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둘째, 공교육에서도 금융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은행에서 거래하는 예·적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대출, 신용카드, 주식이나 채권 등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정규 수업에 금융과 관련한 시간이 반드시 포함돼 있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어려서부터 각종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금융과 친숙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 수업을 열심히 받길 원하지 돈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는 것을 도와주지 않는다. 물론 부모 자신들도 금융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해 교육을 못 시키는 부분도 있다.
셋째, 금융회사에서 소비자 교육을 소홀히 한다. 영업 비밀이라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도 하고 고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단어와 공식 등을 남발하기도 한다. 또한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에서는 자산가들을 위해 VIP 전담 창구를 따로 운영한다. 그렇지만 그 외의 대다수 금융소비자들은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금융과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돈 굴리는 방법에만 관심 있어하지는 않는가’, ‘나는 우리 아이를 돈 걱정 없이 무사히 독립시키고 우리 부부의 노후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수많은 궁금증과 위험 요소, 알아야 하는 것들을 모른 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돈과 관련된 문제들도 마찬가지이다. 못 본 척 넘어갈 수는 있지만 문제를 피해가거나 도망칠 수는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적극적으로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준비하고 대처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금융문맹은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문제가 된 현대사회의 피할 수 없는 현상이며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노력, 각종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객관적이고 내게 꼭 필요한 금융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통해 꾸준히 관리를 받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