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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가격은 4억 9200만원으로 현재 이 단지 내 같은 면적 전세 시세(9억 5000만원 선)의 51%에 불과하다. 당첨만 되면 단박에 4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시프트 공급을 담당하는 SH공사 관계자는 “시프트는 입주자 모집공고일을 기준으로 주변 시세의 80% 수준에 공급 가격을 책정한다”며 “요즘처럼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입주 시점에 주변 시세와 가격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전용 85㎡가 넘는 중대형 역세권 시프트인 까닭에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고소득층도 청약 예금(납입액 1000만원 이상)만 있다면 입주 신청을 할 수 있다. 소득이 △3인 이하 가구의 경우 월 710만원(연 8522만원) △4인 가구 월 784만원(연 9404만원) △5인 이상 가구는 월 834만원(1억 8만원)만 넘지 않으면 된다. 토지·건물 등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도 2억 1550만원까지 허용한다.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이런 ‘로또’ 시프트가 정상적인 임대시장을 교란한다고 호소한다. 목동 D공인 관계자는 “목동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 84㎡ 전세가 7억 5000만원인데 5억이 채 안 되는 가격에 20년 살 수 있는 시프트가 나오면 누가 집을 구하겠느냐”며 “주변에 시프트 공급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대형 전셋집을 찾는 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계층 간 형평성과 민간 임대시장 질서를 깰 우려가 큰 역세권 시프트의 공급 활성화 방안을 서울시가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에서 더는 임대주택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역세권 시프트 사업을 활성화해 임대주택 매입 물량을 늘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역세권 시프트는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역 반경 500m 이내 재개발 지역을 선정해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늘어나는 가구의 절반을 시프트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도입한 이후 현 박원순 시장 체제에 들어와서는 도심 난개발 우려 등으로 사업 축소로 방향을 틀은 바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시프트 입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중대형 시프트의 입주 자격을 강화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특혜 시비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