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정기세무조사 면제, 부실과세 방지, 세무조사 부담 완화, 납세자 보호….’
올 들어 국세청이 정책 홍보를 위해 내놓은 자료에 일관적으로 포함돼 있는 내용들이다. 국세청이 1년 사이 확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과도한 세무조사’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난을 맞으면서 올해는 납세자 보호에 열을 올리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15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달부터 국세청은 세무조사 부실과세 방지를 위해 조사심의 전담팀을 운영한다. 지난해 부족한 세수 확보 차원에서 400명 증원했던 조사국 현장조사 인력 중 일부인 93명을 조사심의 전담팀으로 돌렸다.
현장조사 인력을 줄이고, 대신 이들에게 세무조사 심의를 전담토록 해 불만사항과 불복청구를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이는 국세청이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지난해보다 줄어든 1만8000건 이내로 축소하겠다는 방침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국세청의 신중한 움직임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번달부터 불복청구를 제기한 영세납세자에게 세무대리인을 무료로 지원하는 ‘국선세무대리인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국선세무대리인 제도란 불복청구를 제기한 영세납세자에게 세무대리인을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다.
이밖에 오는 31일까지 신고·납부해야하는 법인세에 대한 사후검증 건수 역시 납세자의 부담을 최소화 하겠다는 이유로 전년비 40%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정책에서 ‘엄정한 사후관리’를 강조했다면 올해는 ‘신중한 과세, 납세자 보호’를 유독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성실납세 기업에 대해 정기세무조사를 면제해주는 수평적 성실납세제도 신청대상을 중소법인까지 확대 시행키로 했다.
국세청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해 세수 부족분을 메꾸기위해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시행한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자 이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은 지난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증세없는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해 세무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정책 방향을 수정한 바 있다.
하지만 조세저항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난해 개인과 기업이 정부 과세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요청한 건수는 7883건으로 지난 2008년 설립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만큼 이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또 일각에서는 1년 사이에 국세청 기본 방침이 정 반대로 바뀌면서 정책 시행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전문가는 “국세청이 납세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방향 자체는 옳은 일”이라면서도 “국세청이 확실한 정책목표를 세우고 일관되게 이를 추진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외부 의견에 흔들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