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중 순직 해수부 과장, 공무원연금 한푼도 못받아

윤종성 기자I 2013.11.11 06:01:11

재직기간 20년 못채운 故김윤호 과장..연금수령 자격 박탈
담도암으로 숨진 정도안 국장은 ''공무중 재해·사망'' 불인정
"나의 일이라 생각하면 가슴 먹먹..누가 험한 일 하겠느냐"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최근 페루 출장 중 순직한 김윤호 해양수산부 항만투자협력과장 유가족이 공무원연금을 한 푼도 수령하지 못하게 됐다. 3년여의 암 투병 끝에 지난달 사망한 정도안 해수부 국장은 만 55세를 넘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금 수령액이 30% 깍였다.

11일 복수의 해수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故) 김 과장은 공무원 재직 기간 미달로 연금 수령 자격을 박탈당했다. 행정고시 37회 출신으로 지난 1994년 공직에 입문한 김 과장의 재직 기간이 19년 7개월에 그쳐 공무원연금 수령 자격인 20년에 5개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고 김윤호 과장
중남미 항만개발협력 대표단장으로 페루를 방문했던 고인은 지난달 24일 페루 신치쿠이 지역 조사를 위해 강을 건너던 중 타고 있던 소형보트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해 순직했다. 고인 사망 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원칙대로 ‘재직기간 부족으로 공무원연금 수령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가족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이와는 별개로 공무수행 중 재해·사망에 따른 연금 수령자격을 심의 중이다. 이 심의를 통과하게 된다면 그나마 유가족들은 매월 150만원 정도의 사망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인은 부인과 초등학생 자녀 2명을 유가족으로 두고 있다.

3년여의 암 투병 끝에 지난달 10일 담도암으로 사망한 고(故) 정도안 해수부 국장은 공무원연금 수령 자격인 20년 근속을 채웠으나, 수령액이 대폭 깍인 경우다. 만 55세가 돼야 지급되는 공무원연금을 선지급형식으로 미리 당겨 받기 때문이다. 정 국장의 사망 나이는 만 47세. 정 국장의 연금 수령액은 정상적이라면 월 145만원 가량 되지만, 미리 받게 돼 유가족들은 30% 깍인 월 110만원만을 수령하게 된다.

게다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정 국장의 사망 원인이 공무상 재해·사망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사망연금을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가장을 잃은 유가족들은 한달에 110만원의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야 할 판이다.

두 명의 동료를 잃은 해수부 안팎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공단의 까다로운 연금 수령 기준이 불시에 가장을 잃은 유가족들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일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엄습하고 있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공무 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타개한 동료에게 최고의 예우는 못해주더라도 최소한 유가족들이 생계는 꾸려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누가 위험하고 험한 일을 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해수부 다른 관계자는 “두 명의 선후배를 잃은 뒤 요새는 후배들에게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을 만큼만 일하고, 건강부터 챙기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내 가족이 겪을 지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토로했다.

한편, 고 김 과장의 영결식은 이날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 해수부 직원, 조문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다. 정부세종청사 5동 해수부 건물 1층에서는 노제가 열린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화성 천주교비봉추모관에 안치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