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부숴야 새롭게 출발한다

이현정 기자I 2012.10.04 07:06:00

하나은행, 은행 상징인 본점과 지점 차 전시장으로 제공
적금 인기 반영해 목돈마련 프로젝트 도우면서 고객 유치
기아차는 한번에 650개 대리점 확보..대신 차값 할인 혜택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하나은행의 기아자동차 판매는 다른 업종 간 융합을 뜻한다. 새로운 수익 창출을 노리는 영역 파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종의 특성이 작용하긴 했지만, 신용카드사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업체와 제휴해 쇼핑·여행·골프·웨딩·이사·부동산 매매 등 각종 부대사업을 해왔지만 은행은 이런 경험이 거의 없다. 전통적인 수익원인 예금과 대출 마진이 줄면서 보수적인 은행도 새 먹거리 확보가 지상과제가 된 절실한 상황의 방증이기도 하다.

은행은 상징적으로 본점 영업점을 자동차 전시장으로 내주고, 은행원은 차를 살 고객을 대상으로 기아차를 홍보하면서 적금 상품을 판다. 2003년 몇몇 시중은행들이 은행 영업점에서 휴대폰을 판 적이 있으나, 당시 통신사와 은행의 업무제휴는 휴대폰에 금융칩을 심어 결제서비스를 지원해주는 단순 업무였다. 이번엔 금융상품을 매개로 고객의 재무관리형 서비스가 주목적이라는 점에서 차원을 달리한다는 평가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기아차 K9
◇고정관념의 파괴

하나은행의 이번 적금상품은 차 값이 만만치 않은 점을 고려해 고객의 목돈마련 프로젝트를 자문하는 방식이다. 은행은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고객은 차를 사면서 더 많은 할인과 혜택을 볼 수 있어 좋다. 적금을 붓다 일정 기간이 지나 모은 돈으로 기아차를 사면 할인해주는 구조다.

저금리 장기화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적금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 기아차는 대리점을 통한 단순 판매 방식에서 전국 650여개의 하나은행 지점을 활용해 마케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돈이 많이 드는 대리점 구축 비용을 쓰지 않고도 한번에 650개 대리점을 얻었으니 차 값을 깎아줄 여유도 생겼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 초 리테일본부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 것 자체가 서비스업종인 은행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은행에선 돈을 맡기거나 빌리는 것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과 유통의 새 패러다임 주도

하나은행은 국내 1위 유통업체인 이마트와도 손잡고 유통과 금융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 이마트 매장에서 ‘이마트-하나은행 주택금융’을 신청하면 이마트 상품권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이마트 상품과 하나은행의 금융상품을 결합한 새로운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합작) 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돈이 부족하면 하나은행 고객에겐 그 자리에서 바로 소액대출을 해주고, 하나은행 예금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이마트에서 반값에 물건을 살 수 있는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은 세계적인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Expedia)와도 제휴를 맺고 여행사업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고객이 은행 영업점에서 익스피디아를 통해 해외여행을 가면, 호텔과 환전 할인 등의 혜택을 줄 예정이다. 좀 더 편리한 결제를 위해 하나은행의 전자지갑 서비스인 ‘하나n월렛(Wallet)’과의 연계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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