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다시 비교적 큰 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말중 스페인이 구제금융 지원 요청에 합의했지만, 실제 효과에 대한 의문과 남은 쟁점을 둘러싼 우려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가격이 급락(국채금리 급등)한 것도 악재였다.
1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대비 142.97포인트, 1.14% 하락한 1만2411.23으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48.69포인트, 1.70% 떨어진 2809.73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거래일대비 16.73포인트, 1.26% 낮은 1308.93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주말 스페인이 1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 요청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시장심리가 살아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정도 자금으로는 근본적인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여전히 널뛰기 양상을 보였고, 자금 지원 방식과 지원후 감독권 등을 두고 쟁점이 남은 것도 이런 우려에 한 몫했다. 스페인의 방코 산탄데르와 BBCA의 신용등급이 동반 강등된 것도 악재였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우려와 달리 오는 14일 정례회의에서 유가 급락에도 3000만배럴의 하루 생산쿼터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진 것은 다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수의 업종들이 하락한 가운데 금융과 기술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반면 이동통신주는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전세계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하며 새로운 운영체제인 `iOS6`와 차세대 노트북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 등을 공개한 애플은 차익매물로 인해 오히려 1.58%나 하락했다.
무디스사가 이번주중 글로벌 17개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뱅크오브아메리카가 3.70% 하락하는 등 씨티그룹, 모간스탠리 등 주요 은행주들이 약세를 보였다. 댈만로즈와 골드만삭스가 철강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강등한 탓에 AK스틸이 13.97%나 급락했고 경쟁사인 클리프스 내추럴과 올림픽 스틸 등도 4~6%씩 동반 하락했다.
페이스북도 장 초반 상승을 지키지 못하고 약보합권으로 돌아섰다. 언더아머도 1주를 2주로 액면 분할한다는 소식에도 소폭 하락했다. 반면 보잉은 올해 이익 감소 우려감에도 불구하고 0.16% 상승했다.
◇ 애플 `iOS6` 가을출시..`맥북프로` 공개
애플이 올해 WWDC(세계개발자회의) 첫날, 확 바뀐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6` 베타버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가을쯤 출시하기로 했다. 또 차세대 `맥북 프로`와 한층 새로워진 `맥북 에어`도 공개했다.
애플측이 공개한 이번 `iOS6`의 가장 큰 특징은 크게 페이스북과의 통합성과 자체 3차원(3D) 실시간 내비게이션(turn-by-turn navigation)이다. 페이스북과 더 긴밀하게 통합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또 독자 맵을 통한 내비게이션 기능도 새로 탑재했다.
아울러 애플은 업그레이드된 `시리`도 공개했다. 이는 다음 세대 `아이패드`에 탑재될 예정이다. 음성에 대한 답변 속도가 더 빨라지고 오픈 테이블과 옐프, 스포츠 경기 데이터 등 통합 기능이 더 확장됐다.
이와 함께 애플은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완전히 바뀐 차세대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 인텔의 새로운 `아이비 브릿지` 프로세스를 탑재한 것으로, 15.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2880x1880의 고 해상도를 자랑한다. 제품의 두께는 0.7인치(18mm)에 불과하며 무게도 4.46파운드(2.02kg)다. 이는 `맥북 에어`와 비슷한 것으로, 역대 `맥북 프로` 가운데 가장 가벼운 제품이 된다.
◇ "스페인에 ESM으로 지원..은행 철저감독"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최대 1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이 유럽 영구구제기금인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지원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아닌 ESM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자금 지원이 실제 이뤄지는 시기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모든 면에서 ESM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일 공식 출범되는 ESM을 통해 지원이 이뤄질 경우 스페인에 대한 자금 집행은 7월로 넘어가게 된다. 특히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시 담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는 핀란드는 "ESM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다면 굳이 담보를 요구할 필요가 없는 만큼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 호아킨 알무니아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스페인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을 누가 지원하든지 결코 공짜로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 돈이 적절하게 사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으로 올 것이며 EU 집행위원회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팀은 구제금융을 받은 모든 개별 은행들의 구조조정 계획을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EU 집행위원회의 방침은 유로존내 지원국가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리크 카타이넨 핀란드 총리는 "우리는 구제금융 지원의 선제조건으로 트로이카팀을 통한 스페인 은행권 감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재정긴축 등 별도의 거시경제 조정프로그램은 발동하지 않지만, 트로이카팀이 은행 구조조정 이행을 보증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피치, 스페인 대표은행 두곳 신용등급 강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가 스페인의 대표 은행 두 곳의 신용등급을 동반 강등했다. 이날 피치는 스페인 자산규모 1위 은행인 방코 산탄데르와 2위 은행인 BBVA의 장기 신용등급을 각각 종전 `A`에서 `BBB+`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해 향후 상황에 따라 추가 강등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이들 은행의 단기 신용등급도 종전 `a`에서 `bbb+`로 내렸다.
이는 지난 8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후속조치다. 피치는 스페인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BBB`로 세 단계 내리고 단기 등급도 종전 `F1`에서 `F2`로 낮춘 바 있다.
피치는 평정 보고서에서 "스페인이 올해말과 내년까지 경제 침체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라고 등급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종전에는 "내년부터 스페인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OPEC, 유럽위기에 `유가급락→감산` 관행 깬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오를 때 산유량을 늘렸다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감산을 나서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오랜 관행이 10년만에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OPEC 소속 12개 산유국들은 오는 14일 빈에서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현재 하루 3000만배럴로 돼 있는 공식 생산쿼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가 실시한 시장 서베이에서도 20명의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 모두 OPEC의 생산쿼터 동결을 점쳤다.
실제 OPEC은 그동안 3개월간 국제유가가 10% 이상 하락할 경우 곧바로 산유량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현재 국제유가는 지난 3월13일 이후 무려 20%나 추락했는데, OPEC이 이런 상황에서도 산유량을 유지할 경우 이는 10년만에 처음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유로존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 만큼 OPEC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소시에떼 제너럴의 마이크 위트너 원유시장 리서치헤드는 "OPEC 회원국들도 배가 좌초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며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가 너무 취약한 상황이라 그들도 감산 조치를 취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