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초록이 싱그러운 거리의 패션은 벌써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고 있다. 요즘 거리는 온통 미니 스커트와 하이힐의 물결이다. 게다가 미국에선 앞 굽이 10~15㎝ 높이나 되는 플랫폼 힐이 유행하면서 우리나라도 그 영향으로 아찔하리만큼 높은 구두를 신고 위태롭게 거리를 걷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높아진 구두 굽만큼이나 여성들의 자신감 역시 높아진다고는 하지만 하루 종일 다리 건강은 아무도 책임져 주지 못한다.
많은 여성들이 발은 좀 불편해도 ‘유행이니까 참고 신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높은 굽의 신발을 신고 장시간 돌아다니는 행위는 다리나 허리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처음에는 피로감이 오고 정신집중이 안되는 증상을 보이게 되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허리 통증, 관절염, 디스크, 혈액순환계까지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우선 높은 굽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으려다 보니 온몸의 근육들이 과도하게 긴장하게 되어 허리, 어깨, 목 등에 통증이 생길 뿐 아니라 쉽게 피곤해진다. 그 결과 요통이나 척추전만증 등을 유발하며 족관절 염좌(삐는 일)의 위험도 높다.
또한 가늘고 높은 하이힐에 육중한(?) 몸을 의존해 다니다 보면 무릎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 게다가 발목관절은 맨발일 경우보다 두 배 가까이 더 움직이게 되어 허벅지 근육의 피로와 통증을 유발하게 되며 아킬레스건이 파열될 확률도 높아진다.
앞볼이 지나치게 좁은 것도 문제다. 발끝이 조여지면서 체중을 받기 때문에 엄지발가락이 밖에서 안으로 구부러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둘째 발가락 위로 올라가게 돼 발 모양이 변형되는 외반무지증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세란병원 정형외과 유제현 과장은 “좁은 볼의 하이힐 때문에 발톱이 발가락 사이를 파고들어 염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특히 여름철에는 이런 염증들이 쉽게 곪아 절단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몇 년 전부터 인기있는 ‘웨지힐(통굽 구두)’은 구두닥이 한 통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발 관절의 움직임이 감소되고, 엄지발가락 중간에는 과도한 압력으로 인해 강직증을 일으킬 수 있다. 앞부분은 막혀 있고 뒤는 트여 있는 ‘뮬’ 도 다리 건강엔 좋지 않다.
신발은 앞뒤로 발을 고정시켜 안정감을 주어야 하는데 뮬은 뒤가 없으므로 발이 미끄러지는 걸 방지하기 하려면 허리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인한 보행시의 충격은 척추와 뇌에까지 미치게 된다.
◆ 하이힐, 내려올 수 없다면 이렇게라도 신어라
- 하이힐을 신을 땐 한 번에 6시간을 넘기지 않고, 착용 횟수는 일 주일에 3~4회 정도가 좋다.
- 하이힐은 출퇴근용으로만 신고 직장 내에서는 편하고, 통풍이 잘 되고, 굽이 낮은 신발을 마련해서 발의 피로를 풀어준다.
- 굽 높은 샌들을 신을 땐 스타킹을 신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스타킹을 신고 뒤가 트인 뮬을 신는 것은 미끄러짐을 유발, 골절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 하이힐에 혹사당한 뒤에는 발목, 종아리, 무릎 위 부분까지 골고루 주무른 다음 10~20분 정도 발을 심장보다 높이 올려 휴식을 취하면 발과 종아리의 피로감과 부종을 감소시킬 수 있다.
- 더운 물과 찬 물에 발을 교대로 담그며 족탕을 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