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부산 영도서 출발한 국내 최장수 어묵 브랜드
‘어묵 베이커리’로 간식·디저트 시장 새 판 열어
용산역 매장 체험…외국인 손님도 줄 서서 한입
“어묵이 이렇게까지?”…프리미엄 전략, 상장까지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 | 어묵을 손에 든 외국인 관광객이 계산을 기다리는 모습. 삼진어묵 매장은 용산역 교통동선 한가운데 위치해 내외국인 방문이 잦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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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삼진어묵의 인기 메뉴들과 어묵 국물. 추운 날씨에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구성.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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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도 했다던데, 모처럼 가볼까.”
영하의 추위를 피해 들어선 용산역. 삼진어묵 매장 안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손을 호호 불며 줄을 선 사람들 사이로 따뜻한 국물 냄새가 퍼졌고, 매장 안은 각양각색의 어묵을 고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진열대 너머에는 막 조리된 어묵들이 가지런히 놓여 입맛을 다시게 했다. 최근 코스닥에 이름을 올린 ‘그 어묵 회사’를 직접 확인해보기엔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없었다.
매장에 들어서면 마치 어묵으로 채운 베이커리 같다. 삼진식품(0013V0)이 선보인 ‘어묵 베이커리’는 기존 어묵 매장과는 결이 다르다. 2013년 ‘갓 만든 어묵을 베이커리처럼 고르게 하자’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매장 구조부터 빵집을 닮았다. 진열장 너머로 김이 오르는 어묵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손님은 트레이와 집게를 들고 둘러본다. 바구니에 빵을 담듯, 원하는 어묵을 하나하나 고른다. 반찬으로 포장되던 어묵이 매장 안에서 ‘갓 조리된 따뜻한 간식’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제품 구성도 단순하지 않다. 메뉴만 10가지가 훌쩍 넘었다. 기자는 통새우말이(4800원), 매콤땡초말이(3900원), 표고버섯몽글바(4000원), 초당옥수수핫바(3200원), 빅콘치즈핫바(4500원), 물어묵(3900원) 등 여섯 가지를 골랐다. 재료 조합과 모양이 제각각 다른 어묵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메뉴 이름만 봐도 각기 다른 개성이 느껴졌다. 다 맛볼 순 없어 고르는 데에만 몇 분이 걸렸다.
 | | 삼진어묵 매장 진열대. 트레이와 집게를 이용해 다양한 어묵을 직접 고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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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 결과는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통새우말이는 새우와 어육이 잘 어우러졌고, 매콤땡초말이는 씹을수록 알싸한 향이 입안에 퍼졌다. 표고버섯몽글바는 탱탱하고 쫀득한 식감이 인상적이었고, 초당옥수수핫바는 부드러운 질감에 고소한 단맛이 은은히 배었다. 치즈핫바는 묵직한 풍미로 한입의 만족감을 줬고, 물어묵은 익숙한 어묵의 쫄깃한 식감을 고스란히 살리고 있었다. 간단한 음식이라 여겼던 어묵이 이렇게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매장에는 외국인 손님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어묵을 손에 들고 서서 먹는 흑인 중년 남성, 테이크아웃 봉투를 받아든 아시아계 관광객들. 플랫폼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한입씩 베어무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들 눈엔 이곳이 흔한 어묵 매장이 아니라, 어묵으로 꾸민 ‘K푸드 디저트 숍’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평소 익숙하기만 했던 어묵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 | 표고버섯 조각이 들어간 ‘표고버섯몽글바’. 삼진어묵은 어묵 속 식감 차별화로 다양한 메뉴를 구성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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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식품의 시초는 1953년 부산 영도 봉래시장 판자촌이다. 창업자 고(故) 박재덕 명예회장은 징용 시절 일본에서 어묵 제조 기술을 익힌 뒤 귀국해 공장을 열었다. 전쟁 직후 밀가루 대신 콩비지를 섞어 어묵을 만들던 시절, 삼진은 고기 반찬 대신 식탁을 채운 서민 음식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삼진 출신 기술자들이 대거 독립해 부산 지역 어묵 산업의 기반이 됐고, 지금은 손자 박용준 대표가 가업을 잇고 있다. 그는 어묵 베이커리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현재 삼진식품은 이 어묵 베이커리 매장을 중심으로 국내 17개, 해외 5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베트남·호주 등에 진출했고,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는 생선살을 분말로 만든 ‘블루미트 파우더’를 선보이기도 했다. 생선 단백질을 재료 삼아 어묵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해 올린 매출은 964억원. 어묵 단일 제품 기업으로는 드문 수치다.
실제로 국내 어묵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 52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지난해 8800억원까지 확대했다. 반찬에서 간식으로, 다시 프리미엄 간편식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삼진은 새로운 소비 접점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어묵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시대, 삼진어묵은 그 말을 현실로 만든 셈이다.
 | | 기자가 구매한 어묵 6종과 물어묵. 메뉴는 통새우말이, 매콤땡초말이, 표고버섯몽글바, 초당옥수수핫바, 빅콘치즈핫바, 물어묵 등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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