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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인텔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분 9.9%에 해당하는 신규 보통주를 89억 달러(한화 약 12조 5000억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을 자국 반도체 산업 강화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통신 등은 인텔이 애플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도 전했다. 다만 양측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실제 합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오랜 기간 인텔의 주요 고객이었으나, 현재 애플의 고성능 첨단 칩은 TSMC에서 생산된다.
인텔은 지난달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인텔 주식 20억 달러(약 2조 8000억원)를 취득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달 초에는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인텔에 무려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지분 약 4%를 보유하고 공동 칩 개발 등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당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의 매우 큰 고객이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인텔 칩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칩렛을 공급하는 대규모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반도체 분야 선두주자였던 인텔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매각설까지 흘러나왔다. 지난 7월 발표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129억 달러(약 17조원)로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이었으나 영업손익은 5억 달러(약 7000억원) 적자였다. 이미 자발적 퇴사 외 정리 해고도 진행 중이던 인텔은 핵심 직원 수를 9만 9500명에서 7만 5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도 선언했다.
이처럼 인텔의 추락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인텔은 스마트폰 등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바뀌는 IT 산업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물론, AI 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 진출이 늦어지면서 결국 경쟁사(AMD·엔비디아 등)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인텔은 파운드리 등 반도체 사업을 재건하기 위해 투자 파트너십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관련 투자 소식이 나올 때마다 주가는 요동쳤다. 애플과의 투자 논의 소식에 인텔 주가는 6.4% 급등한 반면 애플 주가가 0.83%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인텔의 정상화나 성장을 기대하기에는 많이 이른 시점이라는 판단”이라며 “비용 절감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하나, 본업의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단기간 내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부문의 본격 회복은 결국 본업에서 높은 수율과 품질을 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과연 미국 정부의 89억 달러 투자로 근원적 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며, 향후 좀비 기업화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