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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빼고 할머니댁 가야지…명절 첫 날, 북적이던 목욕탕 [응답하라 9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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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주 기자I 2025.10.05 09:30:58

명절 전 필수코스 목욕탕, 바나나 우유의 추억
2000년대 초 약 1만곳 전성기 구가하던 목욕탕
주거문화 변화에 코로나 겹치며 급격히 쇠락

90년대만 해도 명절 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제기차기를 하거나, 목욕탕을 가거나 하는 모습들이죠.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문화들이 이를 대체하면서 많은 풍경들이 변했습니다. 명절을 맞아 조금은 희미해진 추억을 다시 꺼내보며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어떨까요.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할머니네 가기 전에 때 밀고 가야지~”
(사진=챗gpt)
90년대 명절을 앞둔 주말,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고향에 내려가기 전 부모님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세신을 하고, 바나나우유를 하나 마시면서 나오는 모습 말이다. 그날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목욕탕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약 30년이 지난 지금, 이제 이 같은 모습은 점차 추억 속의 장면으로 잊히고 있다.

5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목욕탕의 숫자는 4543곳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목욕탕의 기준은 대중목욕탕·찜질방·사우나 등 물로 목욕 할 수 있거나 맥반석·황토 등 땀을 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업소를 말한다.

집계 방식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1954년 1월 첫 목욕탕이 인허가를 받은 뒤 급성장하기 시작한 목욕탕 시장은 2003년 약 1만곳까지 성장했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이후 목욕탕 사업은 빠르게 쇠락하기 시작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5792곳이었던 목욕탕의 수는 △2018년 5606곳 △2019년 5495곳 △2020년 5298곳 △2021년 5058곳 △2022년 4867곳 △2023년 4723곳 △2024년 4611곳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추이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가뜩이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업황에 ‘코로나19 쇼크’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폐업하는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목욕탕 문화의 쇠락을 부추겼을 뿐, 큰 줄기에서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라는 분석이 많다. 목욕탕업이 고도성장을 하던 시기와 현재의 주거 문화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집에 목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주택은 찾기 어려웠다. 그런 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온수를 마음껏 쓰기엔 부담스러운 환경이었고, 대중목욕탕은 그런 결핍을 채워주는 장소가 됐다. 더욱이 대중목욕탕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경제적으로도 주축인 시대였기에 자연스럽게 목욕탕을 찾는 인구가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욕실을 갖춘 아파트가 주요 거주문화로 잡기 시작했고, 도시가스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집에서 자주 샤워를 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즉, 목욕탕을 갈 유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목욕탕을 운영하려는 신규 사업자도 줄어들었다. 실제 현재 목욕탕업주의 60%이상이 60대 이상이고, 50대 이상으로 넓히면 80%를 웃돈다.

여기에 업주들에게 부담이 되는 요소들이 더해졌다. 가스와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이 2020년대 들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이 같은 공공요금 인상은 결국 목욕요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2023년 서울지역의 목욕요금이 1만원(성인 기준)을 넘기도 했다. 인천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A씨는 “예전엔 명절 전에 사람들로 북적여서 새벽부터 바빴는데, 이젠 그것도 옛말”이라며 “이젠 장사를 계속 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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