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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업계 이목을 끈 상당수 주요 공공건축은 해외 건축가 또는 건축사무소가 설계공모를 따냈다. 서울시는 2028년 개관을 목표로 한 갤러리형 수장고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의 설계를 지난해 말 ‘헤르조그 앤 드뫼롱(스위스)’에 설계를 맡겼다. 올해에는 △기상청 탄소중립 국가기상센터는 ‘PLP아키텍쳐(영국)’ △ 노들섬 글로벌 예술섬은 ‘토마스 헤더윅(영국)’ △충남예술의전당은 ‘3XN(호주)’ 등이 설계한다.
지난 5월 서울시 제2차 도시건축디자인 혁신사업 6건 중 △서초동 ‘Seoul Playground’(BIG·덴마크) △압구정 ‘A jewel for seoul’(토마스 헤더윅) △청담동 ‘5Zero 청담타워’(위르겐마이어·독일) 등 3건을 해외 건축가·건축사사무소가 차지했다. 지난달 부산시 특별건축구역 7곳은 모두 ‘도미니크페로(프랑스)’, ‘MVRDV(네덜란드)’, ‘OMA(네덜란드)’,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프랑스)’, ‘리처드 마이어(미국)’, ‘SOM(미국)’ 등이 각각 설계를 맡아 국내 건축가들은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올해 서울시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에 토마스 헤더윅를 선정하는가 하면, 부산시는 명예자문건축가로 위니 마스를 위촉하는 등 국내 건축시장 내 해외 건축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특히 각 지자체는 해외 건축가·건축사사무소 유치를 위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 국내 건축업계의 우려감은 더욱 크다. 국내 한 건축학과 교수는 “일반설계공모시 해외 유명 건축가들을 모시기 어려우니 일부 지자체들은 지명설계공모를 실시하거나 특별건축구역을 선정해 디자인 특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마당”이라며 “치열하게 일반설계공모에 나서는 국내 건축가들에겐 사실상 들러리 역할뿐이니 기운 빠지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지정설계공모 절차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최근 주요 공공건축 설계공모에 종종 모습을 드러낸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영국)’의 자하 하디드는 이미 2016년 세상을 떠났고, 리처드 마이어는 과거 ‘성추문’에 휩싸였던 인물이어서다. 충남예술의전당의 설계안은 표절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B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미 노쇠한 유명 건축가의 이름만 남은 건축사사무소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축가를 그냥 유명하다는 이유로 선정하는 사례들이 적잖다. 일부 건축가들은 선정 배경이 궁금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도 했는데 모두 거절 당하기도 했다”며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짓는 공공건축물인 만큼 설계공고 과정도 투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