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다른 남녀가 전북 정읍의 양계농장으로 두 달간 출퇴근을 함께했다. 롯데마트·슈퍼 축산팀에서 양계 프로젝트를 담당한 이근우·홍승희 MD다. 지난 2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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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MD는 “상품기획자인 MD를 맡으면 상품이 만들어져서 고객에 전달되는 과정이 궁금해진다”며 닭 사육의 배경을 전했다.
이들은 4월 초 손수 3만 3000마리 병아리를 데려오고 비료를 선정하면서 서울에서 정읍으로의 출·퇴근도 시작했다. 상품성 있는 토종닭으로 자라는 데에 필요한 90일 가운데 7주가량, 주 1~2회 부지런히 정읍을 오갔다.
이 MD는 “정읍에 아침 7시 30분께 도착해서 작업복과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오물 치우기, 볏짚관리, 온도·습도 관리 등을 했다”며 “농장주와 함께 닭이 얼마나 컸는지, 폐사한 닭은 없는지 등을 살폈다”고 했다.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보람도 컸다고 한다. 이 MD는 “제가 덩치는 큰데 조류를 무서워한다”며 “토종닭이라 더 크고 수탉은 벼슬도 있어서 솔직히 클수록 무서웠다”고 머쓱해 했다. 이어 “회사 사무실에 가면 팀장이 우리 둘의 이름을 따서 ‘근희닭 잘 크고 있냐’면서 관심을 보여줘 힘이 됐다”고 했다.
홍 MD는 “닭들이 경계심이 심해서 낯선 이가 오면 죄다 구석으로 도망간다”며 “우린 농장주한테 배워서 갈 때마다 같은 옷을 입었더니 도망가지 않더라. 우리를 알아보는 느낌이 신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그런지, 작고 면역력 약한 병아리들이 소중해서 자식처럼 애착이 갔다”며 “아이들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매일 맡으니까 닭똥 냄새도 아무렇지 않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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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MD는 “우리가 직접 키운 닭들이 포장상품이 돼서 매대에 놓인 걸 보니 뿌듯하면서도 짠했다”며 “애완·반려용으로 키운 게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닭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하고 이젠 고객들이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읍 농장에서 생산된 토종닭 상품 2종은 물량 한계로 1주일만 판매한다. 대신 두 사람은 한 달 뒤 다시 정읍 농장으로 출퇴근하면서 두 번째 양계 프로젝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MD는 “1년을 보고 시작했다. 농장의 휴지기가 끝나는 대로 다시 병아리부터 키울 것”이라며 “두 번째부턴 더 잘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