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역대 최강의 폭염이 예고되면서 농식품발(發)물가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폭염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이로 인한 충격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농사의 성패를 좌우할 강수량 역시 올 7~8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을 확률이 각각 40%에 달할 전망(기상청)이어서 서민 가계가 심한 물가 고통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폭염이 몰고올 피해의 전조는 수치로도 짐작할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폭염일수는 2.4일(전국 평균)로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한 달 폭염일수(0.6일)의 4배에 달했다.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뜻하는 폭염일수는 2018년 6월 기록(1.5일)도 앞질렀다. 2018년은 여름철(6~8월) 폭염일수가 1973년 이후 가장 많았던 해였다. 이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면서 시금치, 청상추 등 고온에 취약한 엽채류 도맷값은 벌써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폭염과 폭우가 닥치면 산지 수확과 운송 등 농산물 수급 전반에 차질이 빚어지고 가격도 더 폭등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폭염 등 일시적 기온상승 충격(섭씨 1도 상승)이 발생하면 농산물 값 상승률은 0.4~0.5%포인트 높아진다. 그 영향도 6개월가량 간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18년 7~8월 평균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4% 오르기도 했다. 정부와 관련업계 및 일선 농가의 대비와 피해 축소 노력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올해는 더 극심한 히트플레이션에 시달릴 수 있음을 과거 경험이 알리고 있는 셈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폭염 영향으로 2030년까지 매년 세계 총노동시간의 2% 이상이 감소할 것이라면서 2조 4000억달러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규직 일자리도 8000만 개가 날아갈 것이라고 봤다. 폭염이 물가뿐 아니라 고용, 성장 등 경제 전반에 안기는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을 일깨운 경고다. 하지만 기상 이변을 원천적으로 막을 순 없다 해도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마저 포기할 순 없다. 정부와 민간이 폭염 충격 극복에 모든 지혜와 수단을 모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