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일자리 판도를 완전히 바꾼다
2024년 세계경제포럼(WEF)이 각계 전문가 14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세계 경제에 미칠 가장 큰 위험요인이자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1위로 ‘기상이변(Extreme weather)’이 꼽혔다. 과거 기후변화 문제는 환경과 윤리적 관점에서만 논의됐지만, 이상기후 현상 때문에 기후변화가 중요 경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경제는 노동시장을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일자리 판도를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연구와 보고서를 통해 검증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딜로이트(Deloitte)는 2022년 “전 세계 일자리의 25%에 달하는 8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탈탄소 경제구조 전환에 매우 취약하며, 특히 아시아·태평양과 아프리카 지역의 근로자가 가장 큰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대로 탄소중립과 체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세계 경제 성장과 함께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WEF가 지난해 발표한 ‘일자리 미래 보고서 2023(The Future of Jobs Report 2023)’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노력, 환경관리기술 투자로 인해 결과적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장 많은 일자리 창출 분야는 재생에너지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2022~2032년 사이 고용 창출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20개 직업을 발표했다. 이중 ‘풍력터빈 서비스 기술자’와 ‘태양광 설비 설치업자’가 각각 1위와 15위를 차지했다. 풍력터빈 서비스 기술자는 향후 10년 사이에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태양광 설비 설치업자도 같은 기간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2019년 이후 관련 채용 공고 수가 약 600% 증가했으며, 해당 공고의 73%가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미국 내 블루칼라 근로자의 고용 시장을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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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연구기관인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정치경제연구소(Political Economy Research Institute)는 2022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의뢰로 ‘한국 에너지 대전환의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 연구를 수행했다. 이 결과,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고 2050년 국내 순 배출량 0을 달성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2030년까지 최대 86만 개, 이후 2050년까지 추가로 최대 12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장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분야로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꼽혔다. 2030년까지 최대 61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 연구팀도 모든 중앙집중형 발전소(원전, 석탄화력발전 등) 가동을 중단하고 최종 에너지 수요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2050년에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일자리’가 최소 50만3000여 명 창출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정책이나 기술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시나리오별 예상 일자리 수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빠르고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상당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재생에너지 직업에 대한 구체적 교육 필요한 때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수억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전망이다. 하지만 막상 어떤 일자리가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몇 가지밖에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 재생에너지가 보급되면 에너지 발전, 송전, 배전, 전기 판매와 같은 ‘전기 공급업’과 발전단지를 운영하고 시설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관리 서비스업’ 일자리가 창출된다. 또 중간재 생산과 관련 서비스 공급망이 확대되면서 소재·부품 제조업, 건설업, 무역업, 유통업 등에서도 고용이 창출된다. 나아가 관련 산업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 분야와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컨설팅, 마케팅 등 ‘서비스업’ 인력도 늘어나게 된다. 재생에너지 산업과 관련한 직업은 그밖에도 많다. 재생에너지 단지 인근에서 이뤄지는 관광업처럼 연관 산업에서 간접적으로 생겨나는 일자리도 있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 인재를 육성·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재생에너지 직업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초·중·고등학교 시기에 재생에너지 산업과 관련된 직업이 어떠한 것이 있는지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진로 선택의 폭이 넓어질 뿐 아니라 요구되는 직무역량과 자격증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 직업을 물어보았을 때, 꾸준하게 상위권에 오르는 직업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등장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재생에너지 관련 직업군이 청소년이 희망하는 직업 1위로 선정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