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귀환…“환율, 단기적으로 1360원까지 오른다"

이정윤 기자I 2023.09.27 06:00:00

불확시성 커진 외환 시장
美국채금리↑, 셧다운 우려 영향
외국인, 국내 증시서 1400억 팔아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50원 턱밑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과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우려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킹달러’(달러 초강세)가 다시 귀환한 모습이다.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단기적으로 환율이 136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 돼 있다.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1336.5원)보다 12원 높은 1348.5원에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36.5원)보다 12.0원 오른 1348.5원에 마감했다. 작년 11월 23일(1351.8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장중엔 환율이 1349.5원까지 치솟았다. 이 역시 작년 11월 23일(1355.3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장기화에 따른 미 국채수익률 상승과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6선을 넘어서며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 심화가 강달러 현상을 더 부추겼다. 달러·엔 환율은 장중 149.21엔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던 작년 10월 하순 이후 약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여기에 추석 장기연휴, 분기 말에 따른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가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기관과 외국인 매도세에 1.3% 넘게 떨어지며 2462.97, 827.82로 장을 마쳤다.

시장에선 환율이 단기적으로 1360원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킹달러와 역대급 엔저로 원화값 하락세를 막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국채금리 최고치에 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졌고, 여기에 추석 전 차익실현에 주식시장이 조정을 보이면서 환율이 더 가파르게 올라간 것 같다”며 “환율 상단을 1360원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도 “유로화와 엔화 약세가 킹달러를 더 부추기고 있다”며 “그간 환율이 1343원대 상승을 시도하다가 번번이 꺾였는데, 이번 연고점 돌파를 계기로 1360원선까지 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연휴 전까지 하루가 남아 있는 만큼 당국이 환율 종가를 관리할 가능성도 있다”며 “27일에 1350원 돌파를 막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한국이 WGBI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WGBI 관리 기관인)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요구하는 조건을 우리가 대부분 맞췄기 때문에 때가 무르익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WGBI에 편입되면 중·장기 채권 자금이 시중에 더 많이 유입돼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등은 우리나라가 WGBI에 포함되면 90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국내 채권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편입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딜러는 “이 원장 발언의 신뢰도가 낮아 환율에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WGBI 편입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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