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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박사의 쉼터]내 아이의 부정적인 경험을 치유하려면~

이순용 기자I 2023.06.12 07:05:35
[김미선 상담학 박사] 부모는 자녀가 안 좋은 경험을 했을 때 그냥 빨리 잊길 바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기만 하면 그 기억은 다 사라진 것이라 착각하면서 그 사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한다. 하지만 아이가 나쁜 기억을 털어버리고 그 부정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경험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건 당시에는 너무 놀랍고 두려워서 경험과 정서가 분리된 채 남아 있는 기억을 이야기하며 울기도 하고 화도 내면서 경험과 정서가 통합되면, 의식 수준에서 그 경험 자체를 보다 편안히 받아들이게 된다.

김미선 상담학 박사
그렇지 않고 나쁜 기억을 억눌러 무의식에 방치해 두면 그 부정적인 기억으로 인해 유사한 상황에서 자신도 타인도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러한 일의 반복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건강한 관계 맺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당신이 어떠한 상황에서 지나친 반응을 하고 있다면 도대체 이 격한 감정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5살짜리 시아는 유치원 하원 길에 신호등이 바뀌면서 뒤차가 유치원 차를 박는 접촉 사고를 경험했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머리를 앞 의자에 살짝 부딪쳤다. 시아는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그 사고에 대해 흥분해서 이야기했다. 자신과 친구들이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는지에 대해서……. 유치원에서 온 문자로 인해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던 엄마가 다치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아이 말을 무시했다면 다음 날 아이는 유치원 차를 타고 등원하기를 거부했을지도 모른다. 전날의 두려움 때문에…….

하지만 엄마가 지혜롭게 반복적으로 아이의 말을 듣고 또 들어주어 아이의 두려웠던 마음이 해소된다면 그 경험의 부정적인 에너지는 축소된다. 아이는 자신의 경험을 감정을 표현하며 순차적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논리와 언어를 담당하는 좌뇌와 감정을 주관하는 우뇌를 연결, 통합하여 놀람과 두려움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일 때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아이의 감정을 반영해주면서 먼저 그 마음에 공감해 주어야 한다. 그런 후에 지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가르치고 방향을 재설정 할 수 있게 돕도록 하자. 감정적 흥분 상태에서는 우뇌의 정서적 욕구에 반응해줄 때까지 좌뇌를 작동시키는 논리적 훈계는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즉 아이가 힘들어할 때 우뇌를 이용해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좌뇌를 사용해 적절한 방향과 제한을 설정하는 전뇌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통합이 우리 아이를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만들어 든든한 미래의 주역으로 자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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