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형이냐 그림자형이냐…해외 영부인 행보 `천차만별`

권오석 기자I 2022.06.27 07:09:06

美, 영부인 별도 예산·직원 배정…질 바이든 홀로 순방 외교도
佛 마크롱 대통령, 공식적인 영부인 지위 부여 시도
서구권과 달리 동양권 국가 영부인들 비교적 소극적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해외 영부인들의 활동 보폭을 보면, 각 국가마다 문화적 특색이 반영되면서 차이가 드러난다. 대체로 서양권 국가의 영부인들은 활발한 행보로 존재감을 드러내곤 한다. 반면, 동양권의 경우 말 그대로 `그림자 내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질 바이든 여사는 지난달 8일 우크라이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만났다. (사진= AFP)
서양권 국가의 대표적인 예는 미국을 들 수 있다. 미국은 `퍼스트 레이디`(영부인)가 자신만의 독자적 사업인 ‘펫 프로젝트’(Pet Project)를 할 수 있도록 예산 및 직원을 배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영부인에게 법적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는 것을 고려하면 파격인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하자, 직접 현장 행보를 통한 내조에 나서고 있다. 질 바이든 여사는 앞서 지난해 35개 주 60여개 도시를 누비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독려 등 활동을 벌였다. 특히, 2009년부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질 바이든 여사는 영부인이 된 후에도 교직을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구축하고 있다. 그 이전을 보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교육, 빈곤, 여성, 흑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여기에 아동 비만과 학교 급식 개선 운동인 ‘레츠 무브’(Let’s Move) 캠페인을 주도하기도 했다.

프랑스도 비슷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당선 후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에 대해 공식적인 영부인 지위를 부여함과 동시에 별도의 예산과 보좌진을 편성하려 했다. 물론 여론의 비판을 받고 이를 철회했지만, 그 대신 헌장에 `국가수반의 배우자`라는 용어를 넣으면서 부인이 장애인·교육·어린이·여성 등 시민사회 분야에서 역할을 하도록 조치했다.

기시다 총리의 부인 유코 여사가 지난달 일본식 옷차림으로 함께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차를 직접 대접하고 있다. (사진=일본 총리 관저 트위터)
서구권 국가들과는 달리, 중국·일본 등 동양권 국가의 영부인들은 외부 활동에 비교적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가령 일본의 기시다 유코 여사는 자국 내에서 전통적인 아내상으로 통한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직접 기모노 차림으로 나와 차를 우리고 따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슷한 시기 질 바이든 여사가 동유럽과 중남미로 혼자 순방 외교를 다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의 경우 집권 초기에는 비교적 `조용한 내조`를 하며 대외 노출이 적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 주석과 해외 순방에 자주 동행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단독으로 만나 에이즈·빈곤 퇴치 프로그램 협력을 논의하는 등 천천히 활동을 늘린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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