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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권은 후임 총장 인선에 거듭 신중을 기했고 결국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검찰 개혁 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후임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당시 김 총장은 박상기,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연이어 보좌한 이력 등으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후보추천위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석열 트라우마’가 컸던 정권은 믿을만한 ‘우리 사람’을 앉혔단 평가가 나왔다.
실제 김 총장은 취임 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보조를 맞추며 정권의 검찰 개혁에 적극 협조하는 듯했지만, 현 정권 임기 말 검수완박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면서 정권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우리 총장님” 윤 당선인이 정권의 ‘검찰 힘 빼기’를 저지하며 정권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던 이른바 ‘윤석열 사태’가 재현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김 총장이 제출한 사직서를 하루 만인 지난 18일 반려하고 곧바로 면담 일정을 잡았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정권의 압력에 맞서다 마지못해 사퇴하는 장면이 윤 당선인에 이어 또다시 나타나면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단 해석이 나왔다.
이 같은 배경을 반영한 듯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김 총장과의 면담에서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반면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 총장은 “검찰 구성원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 국회에 의견을 내겠다”며 끝까지 검수완박을 막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연이어 사퇴하는 사태는 일단 막았지만, 현재의 대치 국면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다만 검수완박을 둘러싼 계속되는 대립 구도는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는 “검수완박은 검찰 조직의 존폐가 걸린 문제인 만큼 검사들은 총사퇴를 불사하며 저지할 것”이라며 “민주당도 검수완박이 절실한 입장이긴 해도,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 여론을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법안을 철회하거나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하는 출구 전략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