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지도앱인 카카오맵에서 제공하는 ‘교통약자 이동경로 안내’다. 비장애인에 비하면 휠체어 장애인의 동선은 미로처럼 복잡하다. 그럼에도 이 이동 정보는 휠체어 장애인에겐 리프트·엘리베이터를 찾아 헤매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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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 이사장이 염원하는 ‘장애가 무의미한 사회’(무의)까지 닿기엔 아직도 갈길이 멀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난해 12월부터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이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법 실현을 위한 예산 뒷받침은 담보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 2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전장연 시위와 관련,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며 여론의 환기를 불러일으킨 점은 다행이다.
전장연의 시위를 지켜본 홍 이사장은 24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안타깝다”고 했다. 극단적인 방식의 시위를 벌이지 않으면 주목받을 수 없는 장애인들, 언제든 교통약자가 될 수 있음에도 시위대를 비난하는 시민들의 갈등으로 번져서다. 그는 “장애인단체들은 무조건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로 시위를 시작하는데, 매일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분들은 일상에 지쳐 있으니 결국 약자끼리 싸우는 형국 같았다”고 했다.
장애인 이동권의 열악한 상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점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홍 이사장은 “환승지도 만들 때에 서울의 18개 역에서 비장애인 학생들이 직접 수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해봤다”며 “엘리베이터가 멀거나, 꽉 찼거나, 고장이 나는 등 비장애인 이동시간보다 최대 6배까지 더 걸렸다”고 했다. 그는 “탐색과 이동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비장애인들은 하루에 오롯이 앉아 일할 수 있는 시간이 8시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해외 사정은 좀 다르다. 특히 1990년 장애인법을 제정한 미국은 지은 지 100년이 넘은 박물관에도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램프가 갖춰져 있는 등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돼 있다는 게 홍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법들에서 장애인 이동권·접근권 보장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시행령에 예외조항이 너무 많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홍 이사장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교통약자의 이동권 문제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망 사건 이후 장애인들의 투쟁으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만들어져 전철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속속 설치됐는데, 실제 엘리베이터 이용률은 어르신과 장애인이 6대 1 정도라고 했다. 장애인들의 투쟁이 교통약자 전반의 편의 제고로 이어진 셈이다.
그는 “시위대에 ‘나는 절대 장애인 안될 거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늙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느냐”며 “이동권 운동은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동권 운동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듯하지만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고 믿는다”며 “그분들의 마음과 생각을 잘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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