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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금융계의 최고의 구루(Guru, 전문가)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전광우(사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2022년 새해 세계사적 패러다임 전환을 이같이 요약했다. 그를 지난해 마지막 날인 31일 강남구 세계경제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 이사장은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3D와는 다른 3D시대로 큰 틀이 변화고 있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지속 상승)과 금리 인상을 시장의 가장 큰 대응 과제로 꼽았다.
전 이사장은 환경(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기업지배구조(Government)를 강조하는 ESG 전환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050년 넷제로(이산화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방향은 맞지만 속도와 범위에서 비현실적”이라며 “2050년 탄소중립은 마라톤과 같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100m 경기에 임하는 속도로 뛰라고 하면 심장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심장마비에 걸려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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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에서 가장 눈여봐야 할 리스크는 뭐라고 보나
△세계경제와 국제정치, 산업의 변화와 도전을 3D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 D는 탈동조화(Decoupling)로 올해도 선진국과 신흥국간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올해 위험요소 중 하나는 미중 패권갈등 심화다. 두번째 D는 비대면과 연관된 디지털화다. 4차산업 혁명 이후 근자에 와서 계속되던 유행이 코로나19로 심화·확산했다. 세번째 D는 ESG(환경·사회적 책임·거버넌스)와 관련된 탈탄소화다. 이런 큰 그림의 변화에서 당장 큰 위험요인은 고물가 지속, 인플레이션이다. 그리고 경기둔화와 오미크론 확산 이슈가 있다. 그 배경에는 국제 공급망의 병목 현상 지속 우려도 있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자산시장의 거품붕괴 우려 등이 대응해야 할 과제다.
-인플레이션 이슈가 원인이거나 파생된 이슈로 보인다. 인플레 시대에 자산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은.
△금융당국에선 과잉 유동성의 연착륙 문제가 핵심이다.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2013년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인) 밴버냉키 때는 긴축발작(taper tantrum)이라 긴축으로 전환할 때 충격이 크게 왔다. 지금 (미 Fed 의장인) 파월팀은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 금리를 세 번 올린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 금리결정은 한국은행의 역할이지만 금융당국은 전반적으로 부채 문제가 심각한 만큼 대출을 줄여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금리인상 때 차입자의 상환부담이 확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 취약계층에게 너무 감내하기 어려운 쇼크가 되지 않도록 미세조정도 필요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자산시장이 정상화 과정에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기존 포트폴리오(자산배분)의 개별 자산배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자산간 성과 차이가 커진다.
-ESG가 경제에 가져올 변화는
△ESG 지향점은 지속성장의 추구다. 각 요소가 경제 시스템의 복원력이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하는 요소로 돼 있다. 방향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아무리 좋은 방향이라도 속도와 범위에서 오버를 하면 안 된다. 과유불급이다. ESG가 지속성장을 추구한다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경영체제, 패러다임도 지속적으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걸 강조하고 싶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까지 높이고, 2050년 넷제로(이산화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목표가 현실성이 있는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대부분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등) 비중 70%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민감하게 부딪혀야 할 것은 원전(원자력발전)을 어떻게 카운팅하느냐의 문제다. 원전은 다른 위험은 있지만 청정에너지다. 우리가 비교우위가 있고 비중도 20%가 넘는다. 유럽연합(EU)도 프랑스 중심의 ‘원전 확대파’와 독일 중심의 ‘원전 축소파’로 갈라져 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등 5개(최대 탄소 배출국) 나라가 원전을 친환경에 준하는 에너지 소스로 하지 않으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데 분위기가 모아지고 있다. 우리는 원전을 줄이면서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 계획을 미세 조정해야 한다. 에너지 믹스 자체를 신재생 에너지 70%를 낮추고 원전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ESG가 가져올 변화를 금융권에 초점을 둬 설명한다면
△자원을 배분하고 각 산업의 발전 방향과 전체 경제 흐름을 정하는 것이 금융권의 역할이다. 금융권에서 여신시스템 자체를 저탄소 기조로 맞춰나가는 게 굉장히 큰 변화다. 이전에는 신용평가가 핵심이었다. PCAF(탄소회계금융협회)라는 중요한 이니셔티브(탄소 중립을 위한 국제적 협의체)가 있다. 온실가스배출을 계량화해서 대출 가부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사용한다. 궁극적으로 저탄소 시대를 앞당기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금융권이 하게 될 거다.
-금융권에서는 ESG전환에서 G(거버넌스)도 소홀히 다뤄져왔다.
△해외 투자자들은 ESG의 G부분이 결국 ESG경영을 지속적으로 끌고나갈 핵심 드라이브(추동력)로 본다. 애초에 기업의 지속성장 핵심은 거버넌스라고 해왔다. 지금은 저탄소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E가 많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ESG를 실효성있게 끌고 가려면 방향을 잡고 꾸준히 가야 한다. 그래서 ESG를 ‘세발자전거’에 비유해 세발자전거의 앞바퀴를 G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최선의 지배구조를 정의하긴 어렵지만 투명하고 책임 있는 체제를 촉진하는 지배구조가 필요하다. 또 여성 등으로 전문성을 다양화하는 게 필요하다.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금융진출이 활발하다.
△플랫폼을 독점화하고 있는 데서 금융업에 들어올 때 공정성 여부와 규제차익(규제 편차에 따른 한쪽이 상대적 이익을 취함)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같은 서비스를 하면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게 큰 원칙이다. 은행은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 분리)라는 큰 규제 속에 있지만 빅테크는 그런 게 없다. 금융서비스는 금융시스템 안정과 연계돼 있다. (카카오가) 150개 연관 사업의 하나로 금융으로 확장하고, 그것도 다른 은행이 받는 규제보다 약한 수준으로 진입하는 것은 곱씹어 볼 문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플산분리(플랫폼 기업과 인접 산업의 분리) 규제까지 언급된다.
△검토해 볼 수 있는 이슈다. 은산분리를 하는 게 금융산업 특성이 있어서다. 금융은 전체 경제시스템에 주는 충격이 다르다. 금융시스템이 망가지면 경제 전체가 망가진다. 그래서 독점적 영향력이 있는 대기업(산업자본)이 (금융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거다. 그런 관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플랫폼 기업의 금융 진출은 굉장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플랫폼 시대 은행 미래는 어떤가. 은행은 여전히 특별한가
△핀테크 기술혁신이나 온라인 뱅킹이 중요한 비즈니스로 자리잡을 거다. 하지만 완전히 핀테크 주도로 금융산업이 재편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기존은행이 나름의 역할을 지속할 거다. 바젤위원회가 전망한 5가지 시나리오 중에서는 ‘베터 뱅크’(better bank. 디지털화로 개선된 기존 은행이 지배한다)에 가까울 거 같다. (핀테크가 강점이 있는) 소액의 소비자 접점 금융서비스가 금융의 전부는 아니다. 규모가 커지는 자산운영(관리)문제, 기업금융 영역도 있다.
-가상자산 미래는
△가상자산은 화폐로 취급하기에는 변동성이 너무 심하고 내재가치가 없다는 게 처음부터 지적됐고 지금도 유효하다. 거래 수단 측면에서도 거래처가 얼마 안 된다. 정통금융 입장에서는 가상자산이 주류로 들어올 가능성이 없다는 게 지배적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주요 외신 몇 곳이 ‘2021년을 비트코인과 NFT(대체불가토큰, 무한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파일 등에 유일성을 부여하는 기술)가 전체 포트폴리오 전략 일부로 자리매김하는 한 해’로 평가하고 있다. 예전보다 포트폴리오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기관투자자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참여하는 투자자가 많아져서다.
◇전광우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美인디애나대 대학원 경영학·경제학 석사, 경영학 박사 △1982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 △1986~1998 세계은행 World Bank 수석연구위원 △2008 포스코 이사회 의장 △2008~2009 금융위원장 △국제증권감독기구 아태지역위원회 의장 △2009~2013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2013~2018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 △2019~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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