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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2~3년을 시계로 한다는 점에서 행정부 정책들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통화정책은 ‘항공모함’으로 불린다. 그때그때 유연하게 기조가 바뀌는 게 아니라 한 번 방향을 잡으면 계속 밀고 나간다는 의미이다.
그런 점에서 14~15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연준이 실질적인 긴축, 다시 말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처음으로 명확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가까이 풀었던 유동성을 수년에 걸쳐 거둬들이겠다는 신호탄을 쏜 것이다.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연준 추정) 장기 중립금리 2.50%까지는 인상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보적인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앞장서면, 다른 나라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팬데믹 이후 첫 긴축 의지 드러낸 연준
이날 뚜껑을 열어보니, 과연 ‘매파(통화 긴축 선호)’ 색채가 뚜렷했다. 연준은 일단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두고 써 왔던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물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으니, ‘인플레 파이터’로서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선언한 것이다.
연준이 직접 내놓은 경제 전망이 그 근거다. 연준은 올해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를 석달 전 4.2%에서 5.3%로 큰 폭 상향했다. 내년의 경우 2.2%에서 2.6%로 올렸다. 근원물가 역시 올해(3.7%→4.4%)와 내년(2.3%→2.7%) 모두 상향 조정했다. 연준은 이와 함께 내년 실업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3.5%까지 내렸다. 물가와 고용 모두 긴축 요건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연준은 또 성명서를 통해 “팬데믹과 경제 재개에 따른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인플레 레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규모를 현재의 2배(월 300억달러)로 높이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해 팬데믹 이후 매달 1200억달러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며 유동성을 직접 공급해 왔는데, 올해 11~12월에 걸쳐 이를 월 150억달러씩 줄였다. 내년부터 테이퍼링 규모를 월 300억달러로 늘리면 1월 600억달러, 2월 300억달러를 끝으로 3월이면 채권 매입을 종료할 수 있다. 금리 인상에 돌입할 수 있는 환경에 만들어지는 셈이다. 연준은 “경제 전망 변화에 따라 테이퍼링 속도는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금리 인상 횟수는 3회로 기울어 있다. 연준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 18명 중 내년 3회 인상(0.75%~1.00%)을 예상한 위원은 10명이다. 9월 회의 때는 3회 인상을 점친 위원이 없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향후 금리 전망을 찍는 표다. 내년에만 4번을 올려야 한다는 위원도 2명 나왔다. 총 18명 중 과반 이상인 12명이 내년 3~4회를 점친 것이다.
오는 2023년의 경우 다소 의견이 갈렸다. 1.25%~1.50%와 1.75%~2.00%를 예상한 위원이 각각 5명으로 가장 많았다. 1.75%~2.00% 정도면 지금부터 7번 인상이 필요하다. 내년 3회에 이어 내후년 4회에 해당한다.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월가는 이를 두고 예상보다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노무라는 “점도표상 조기 인상 시사 등은 당초 전망보다 매파적이었다”고 진단했다.
첫 인상 시점 주목…내년 3월 가능성도
FOMC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나마 덜 매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제 전망에 대한 변화가 이같은 정책을 뒷받침했다”며 “(인플레 고착화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원론적인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실업률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경제활동 참가율은 실망스럽다”며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는데,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는 건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플레가 목표치를 훌쩍 상회했다”며 “통화정책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경제 회복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도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결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월가의 최대 관심사인 금리 인상 시기를 두고서는 “우리는 최대 고용을 향해 빠르게 가고 있다”면서도 “아무런 결정을 내린 게 없다”고 말했다.
월가는 일단 첫 인상 시기를 두고 내년 5월 혹은 6월 FOMC에 다소 무게를 두고 있다. JP모건은 “이번 FOMC는 대체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내년 2~3분기 중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 폭등 속도가 심상치 않은 만큼 조기 인상론이 적지는 않다. 씨티그룹과 웰스파고는 각각 6월, 5월을 점치는 동시에 3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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