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양천구 목동의 한 대형마트. 저녁 장을 보러 나온 중년 부부는 마트를 한바퀴 돌아보고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미 많이 오른 장바구니 물가에 혀를 내두르며 추석까지 남은 2주간 가격이 더 뛰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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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장을 보러 온 30대 여성 주부는 동물복지달걀을 유심히 보다가 결국 가장 가격이 저렴한 달걀 한판을 카트에 담았다. 과일코너에서는 배를 만지작 거리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는 “요새 채소랑 달걀값을 보면 조리음식을 사먹는게 더 낫겠다. 추석 장보기는 아직 시간이 넉넉한 편이라 가격이 좋으면 미리 사두려고 했는데 벌써 너무 비싸다”고 했다. 달걀 매대에서 가장 싼 달걀 한판(30개)가격은 6400원. 동물복지달걀은 10개 들이가 7800원이었다. 배는 4~5개가 들어 있는 한 봉지에 1만1900원이었다.
전통시장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같은 시간 서울 성동구의 한 전통시장. 저녁거리를 사러 나온 50대 여성 주부는 “추석에 쓸 재료들 가격을 대략 보고 있는데 워낙 물가가 올라서 시장이라고 마트보다 특별히 싸지도 않은 것 같다. 음식 가짓수를 더 줄여야 하나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다른 60대 여성 주부는 “우리집은 작년부터 친척들 왕래없이 가족끼리 4명이서 명절을 보내고 있다”며 “간소하게 한다고 하는데… 올해는 고기만 사는데 10만원이 넘을 것 같아 얼마나 더 들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가가 올라 추석 상을 마련하는데 전년보다 9% 이상 비용이 더 든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추석 3주 전인 지난달 30~31일 서울 25개 자치구 88개 시장과 유통업체에서 추석 제수 용품 24개 품목의 구매 비용을 조사한 결과 평균 30만369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때 평균 가격 27만4768원보다 9.3% 높아지며 30만원을 넘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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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도 유례없는 긴 장마로 추석 물가가 높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 그나마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 4인 기준 차례상 비용이 평균 23만4804원으로 대형마트(30만8205원)보다 23.8% 저렴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의 농수산유통정보에 따르면 특히 축산물과 채소값이 크게 올랐다. 산적이나 국거리에 쓰이는 한우 양지 소매 가격(1+등급, 100g기준)은 지난 8일 기준으로 8203원으로 1년전 8060원보다 1.78% 올랐다. 한우 안심도 1만6272원으로 1년전 (1만4220원)보다 14.4% 올랐다.
시금치 1㎏ 가격은 1만7204원으로 1개월 전 2만원을 넘겼을때보다는 낮아졌지만 1년전 가격인 1만5945원보다는 여전히 7.9% 높은 수준이다. 애호박 1개 가격도 2225원으로 1년전 2032원보다 9.4% 뛰었다. 애호박은 한 달만에 2배로 뛰었다.
추석때부터 김장철까지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고춧가루(상품) 1㎏ 가격은 3만4900원으로 전년도 3만1497원보다 10.8% 올랐다.
다행이도 과일은 정부가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공급량을 늘린 영향으로 가격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다. 배(신고) 10개 가격은 3만2017원으로 1년전 3만3809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지난달 말 5만원대로 치솟았다가 최근 안정을 찾았다. 사과(홍로, 10개)는 2만5404원으로 전년 3만161원보다 15.8% 내렸다. 인기 과일인 샤인머스켓(2㎏) 가격도 4만5892원에서 3만9012원으로 15% 하락했다.
추석 물가 급등과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로 음식의 가짓수와 구입량을 줄이는 분위기다. 농촌진흥청이 소비자 87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추석 농산물 구입량은 가격과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올해 추석 농산물 가격 상승이 구입량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이 75.8%로 ‘주지 않는다’(24.3%)의 3배 수준이었다.
올해 추석 관련 농식품(선물 음식 제수용) 구입 예상금액은 34만2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3%, 2019년 대비 5% 감소했다. 구입금액 감소 이유에 대해서는 ‘(모이는) 가족 수가 줄어서’로 응답한 소비자가 45.7%,‘가격이 상승해서’가 32.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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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지원금은 상당부분 추석 장보기에 사용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소비자의 62%가 추석 이전에 국민지원금이 지급되면 50% 이상을 추석용 농식품 구입에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했다. 계획보다 구입액을 ‘1만~10만원 늘리겠다’가 28%, ‘11만~20만원 늘리겠다’ 16.4% 순이다.
조금이라도 싸게 장을 보려면 전통시장과 상가에서 지역상품권와 온누리 상품권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또 채소와 과일은 조금 일찍 축산물은 추석 직전에 구입하는게 좋다. 채소류는 1~2일전, 과일은 5일전부터 수요가 집중돼 가격이 더 오른다. 이 시기를 피해 채소류는 3~4일전, 과일은 일주일전쯤 구매하는 것이 좋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반대다. 1~2주 전에 선물용 수요가 증가한다. 추석을 직전에 구입하는게 더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