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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요세미티국립공원, 수묵채색화에 '뜨다'…이한정 '숲'

오현주 기자I 2020.06.11 00:15:00

2019년 작
동양 '먹·색'으로 잡아낸 서양 '풍광'
한점 한획씩 찍고 그은 수묵채색화
장엄풍광에서도 특유의 붓·색 새겨
소박·친근·잔잔·고요한 자연의 표정

이한정 ‘숲’(사진=도로시살롱)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나무도 비켜간 바위덩어리를 흉터처럼 가슴팍에 드러낸 산이 멀찌감치 섰다. 그 앞으론 바람에 몸을 슬쩍 누인 누런 풀들이 들판에 그득하고. 인상적인 것은 들 가운데 삐죽이 솟아오른 키 큰 나무 두 그루. 잎과 잎을 북실북실 부풀려 전신을 감쌌다.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이국적인 이 풍광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산맥 서쪽에 자리 잡은 요세미티국립공원에 속해 있단다. 작가 이한정의 붓끝에 덥석 잡혔다.

작가는 자연을 그린다. 얼굴이 아닌 그 표정을 읽는다는 게 맞을 거다. 살피고 들여다보고 곱씹으며, 한 점씩 찍고 한 획씩 그어 한 폭의 수묵채색화로 완성한다. 소박하고 친근한 시골 논밭은 작가의 ‘전문’. 그중 잔잔한 리듬감을 뿜어내며 끝없이 이어지는 밭고랑은 ‘작가의 순정품’이라고 할까.

그런 작가에게 ‘요세미티’는 붓으로 접한 가장 낯선 풍경일 거다. 산은 가팔랐을 거고 평원은 광활했을 거며 장엄한 경외감에 주눅도 들었을 터. 그런데도 그림에선 여전히 작가의 ‘논밭’이 보인다. 평이한 논밭을 특별하게 그려내더니 특별한 풍광은 이리도 평이하게 옮겨놨다. 동양의 먹·색으로 잡아낸 서양의 요세미티, ‘숲’(2019)이다.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도로시살롱서 여는 개인전 ‘고요’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수묵채색. 33.5×45.5㎝. 작가 소장. 도로시살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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