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째 취업 준비 중인 이모씨(27·남)는 최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삭제했다.
이씨는 “같이 취업 준비를 하던 친구들이 취업에 성공해 잘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심 부럽기도 하고 상대적 박탈감이 많이 들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게시물을 보지 않는 것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내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친구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배 아파하는 내 모습도 너무 한심했다”라고 덧붙였다.
심화하는 취업난…사회로부터 고립되려는 청춘들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취업난 속에서 원하는 기업에 합격하지 못하고 기약 없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내 현실은 팍팍한데 타인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다”며 자발적으로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한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비롯한 SNS 계정을 모두 삭제했다는 박모씨(27·여)는 “준비하는 직군이 남들보다 취업이 오래걸리는 탓에 주변 친구들은 이미 대부분 취업에 성공해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메신저 앱을 지우면 사람들과 약속을 잡기도 쉽지 않아 그나마 주변에 남아있던 사람들마저 떠나갈까 봐 잠시 고민했다"며 "하지만 우선 피폐해진 정신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 메신저 앱까지 모두 삭제했다"고 말했다.
취업한 친구들과의 만남은 자제하고 취업 준비 커뮤니티에서 만난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는 게 사회생활의 전부라는 김모씨(25·여)는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난 뒤 인간관계의 폭을 좁혔다”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과 연락하면 늘 ‘너는 뭘 하고 지내냐’는 물음이 돌아온다”라며 “그 물음에 답할 때마다 느끼는 열등감도 견디기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열등감 느끼니 일상 업로드 하지 마" 부탁도
급기야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회사원인 친구에게 열등감을 느껴 SNS 업로드를 중단해달라고 탁한 황당한 사연도 올라왔다.
'친구가 SNS 업로드를 자제해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했다'는 제목의 게시글 작성자는 "하반기에 취업에 성공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SNS에 업로드하곤 한다"라며 "그런데 갑자기 취업 준비하는 친구 중 한 명이 제 SNS 게시글을 보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SNS 업로드를 중단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이 열등감을 잘못된 방법으로 표출한 예지만 이는 취업 준비생들이 얼마나 타인의 삶과 본인의 삶을 비교하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타인과 비교하려는 욕구 커지며 자발적 고립 시도해
전문가들은 취업 준비생들이 자발적 고립을 택하는 이유로 ‘사회 비교 욕구’를 꼽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과 본인을 비교하는 사회 비교 욕구를 가지고 있다”라며 “타인의 삶처럼 훌륭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욕구로 인해 성취 지향적인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사회 비교 욕구가 강해지면서 동료와 본인의 삶을 비교하게 되면 자신만 능력이 없는 사람인 것 같은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라며 “처음에는 이런 무기력감과 열등감을 떨쳐내려고 하지만 점점 스트레스가 심해지며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지 않고 나와 같인 처지에 있는 동료들과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스냅타임 이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