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가 다릅니다. 미국은 공매도를 악용하다가 걸리면 작살납니다. 그러나 한국은 관대합니다. 지금처럼 시장이 혼란하면 공매도를 악용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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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것을 “어쩔 수 없는 조처”라고 평가하면서 배경을 이렇게 짚었다. 이 교수는 오랜기간 공매도와 주식 유동성을 연구해온 재무학자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이 교수 연구실에서 했다.
`어쩔 수 없는 조처`라는 평가는 두 가지 불편한 진실을 전제로 한다. 하나는 불법 공매도 처벌이 가볍다는 것이다. 이로써 공매도를 악용하려는 동기가 강해질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그 악용 세력이 개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가 개인 투자자 몫일 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이런 인식이 만연한데 주가가 폭락하면, 시장은 이성을 잃을 수 있다. 올해 3월이 그랬다. 이 교수는 “투자자가 공포에 질렸을 때 주가가 내려가면, 공매도가 분노의 대상으로 지목됐을 것”이라며 “공매도는 금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면 편하다. 대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 교수는 정면돌파를 주문한다. 제시하는 해법은 간단명료하다. 강력한 처벌과 개인 공매도 전면 허용이다. 이 교수는 금융 범죄가 반복하는 이유가 뭔지 아냐고 반문한다. 몇 년 만 감옥에서 버티면 수백억, 수천억 원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공매도가 관여했는지 모르지만) 라임 사태 같은 금융범죄가 반복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강력한 처벌은 이런 유혹에 넘어가는 것을 막아준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서 공매도 악용 세력을 처벌할 방법은 과태료(행정처분)뿐이다. 상한은 1억원에 불과하다. 징역이나 벌금으로 벌하고자 해도 근거가 없다. 그래서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는데 소식이 없다. 20대 국회가 이달 이대로 끝나면 법안은 폐기된다. 반면 금융 선진국의 처벌 수위는 단호하다. 미국은 최고 징역 20년, 영국은 무제한 벌금 부과로 다스린다.
그는 음주단속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모든 경찰관이 음주운전자를 전부 단속할 수 없지만, 술을 마신 모든 이가 음주운전 하는 건 아니다. 늘 단속에 걸리지 않지만, 일단 발각되면 처벌받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공매도도 마찬가지”라며 “다 잡을 수는 없지만 용서하면 안 되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인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2016년 한미약품 공매도 사태는 그릇된 선례의 대표다. 호재와 악재 정보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하다가 폭락했다. 공교롭게 그새 공매도가 폭증했다. 석연찮게 돈을 챙기고, 난데없이 피해를 본 이들이 생겼다. 그러나 수사가 그냥 종결돼 벌과 배상이 따르지 않았다. 미공개 정보를 유출한 회사 직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을 뿐이다. 그마저도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그는 불법 공매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시장에서는 불평등이 만연해지고, 그렇게 되면 건강한 시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의 한계를 변명거리로 삼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똘똘한 개미에게 공매도를 허하라”
처벌의 불평등은 개인 투자자에게 공매도 폐지를 주장할 빌미를 제공했다. 한탕 세력을 지켜볼 바에야, 차라리 없애라는 것이다. 없애지 않을 거면 “개인 투자자에게 공매도를 허용하라”라는 요구가 뒤따른다. 다 같이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개미에게 공매도를 허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공매도를 열어주는 것은 개인 투자자를 차별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도 개인 공매도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조건이 까다롭고 비용이 비싼 게 문제다.
사실 개인에게 기관과 외국인과 같은 조건을 주더라도 공매도가 활발해질지는 의문이다. 신용이 부실한 개인이 시장에서 주식을 빌리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과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다른 얘기”라며 “공매도 참여는 시장이 규제할 일이지, 정부가 막을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위험 감수 여력을 걱정한다. 그래서 공매도를 허용할지는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개미가 얼마나 똘똘한 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실제로 작년 6월 한국증권학회가 펴낸 `공매도전략의 투자성과 분석` 자료를 보면, 2012년 8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개인의 공매도 투자 수익률 2.3%다. 외국인(16.2%)과 기관(10.6%)보다 뒤처지지만, 손해를 볼 만큼 둔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 교수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준비된 투자자에게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시장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공매도, 반칙 없어야 정의로워”
공매도 금지 조처로 한국 자본시장은 오히려 `처벌과 기회`의 불평등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얻은 게 있다고 이 교수는 보고 있다. 공매도를 열어주는 길로 나아가는 것은 새롭게 등장한 `동학 개미`를 위하는 방향과 닿아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이 교수는 “개인 투자자가 늘면 거래가 활발해지고 가격이 형성이 쉬워진다”며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이 건강하다는 점에서 개미의 증가는 반길 일”이라고 평가했다.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공매도가 다시 등장하기까지 남은 시한은 네 달여. 탁한 시장에서 개미는 숨 쉬지 못한다.
“공매도는 정의(正義)로워야 합니다. 시장의 정의는 반칙이 없어야 성립합니다.”
이관휘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사(1997년) 및 국제재무학 석사(1999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통계학 석사(2001년) △오하이오 대학 재무경제학 박사(2006년)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 경영학과 교수(2006~2008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2008~2010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201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