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포스트 코로나, 급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최은영 기자I 2020.04.29 05:00:00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

요즘 ‘어온강’이란 유행어가 뜨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개학이 미뤄지며 온라인 강의가 확산하는 시대를 아우르는 ‘어쩌다 온라인 강의’ 현상을 말한다. 문득 ‘2020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1989년 KBS에서 방영됐던 이 만화 영화에는 집에서 영상으로 공부하는 상상의
세계가 나온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기이한 예측의 적중이다.

비단 가상의 애니메이션 ‘2020 우주의 원더키디’ 뿐만이 아니다. 불과 8년 전인 2012년 11월 한양대에서 열린 ‘사이버교육’ 국제학술대회가 떠올랐다. 세계적인 이러닝 전문가와 석학들이 참석했다. 당시 제롬 글랜 유엔미래포럼 세계미래연구기구협의회 회장은 기후변화, 인구증가, 물 부족 등 지구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사이버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현명한 사람 소수가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제는 컴퓨터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됐으며, 일정한 장소에 모이지 않고도 이러닝을 통해 문제와 관련된 지식을 공유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제시였다. 조셉 피켓 미국 MIT 오픈코스웨어 출판부장은 누구나 무료로 MIT 교수진이 만든 자료들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픈코스웨어 사이트를 소개했다. 강의와 주제에 맞는 퀴즈, 연상 문제는 물론 추가로 공부할 부분도 올리고 있고,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도록 구성하고 있다는 요지였다.

8년 전 국제학술대회가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필자 또한 ‘어온강’ 처지가 되면서 온라인 실시간 강의 플랫폼과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이론뿐만 아니라 일부 실습교과 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해야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심리학자 허태균 교수의 저서 ‘어쩌다 한국인’에서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맞이한 한국사회의 6가지 특성을 분석한 내용이 있다. 그중 하나가 한국인은 ‘불확실성의 회피’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경시하고 꺼리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는 한국인의 결과주의적인 태도와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것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어쩌면 ‘어온강’이 없었으면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불확실성의 회피’ 속에 여전히 오프라인 강의에 젖어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온강’ 현상이 코로나의 종식과 함께 사라질 수 있을까. 며칠 전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한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인류는 선택의 기로에 있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바뀔 것이다. 지금의 비상 대응이 코로나 이후에도 장기적인 정책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의 재택근무 확산이나 대학의 온라인 대전환 등 엄두가 나지 않았거나 오랜 준비와 검토가 필요한 것들이 이번 실험으로 앞당겨 질 수 있다.”

돌아보면 ‘어쩌다 온라인 강의’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조금 빠르게 우리 앞에 실현되고 있을 뿐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갑자기 경험하고 있는 일들은 정해진 미래 즉, 디지털 에듀테크가 가져올 학습문명 대전환의 서막에 불과하다. 이제는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시간적 효용과 함께 인간의 지적능력은 몇 배 이상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조화롭게 융합하여 스스로 문제해법을 찾아내야하는 새로운 환경에 처할 것이다.

이처럼 학습을 비롯한 지식사회의 시스템이 혁명적으로 급변하고 있지만, 변화하지 않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인간의 자율성, 창의성이 바로 그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도 인간은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는 상황이 오면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을 견제하려 할 것이다. 특히 ‘사유’와 ‘결단’과 ‘행동’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고 인간다움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디지털 온라인 시대에도 남아 있는 중요한 우리 교육의 과제, ‘기업가 정신’속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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