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여성 성착취물을 제작·유통한 조모씨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용의자 신상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 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온 이후 닷새 만인 어제 동의자가 무려 230만명을 넘어섬으로써 그동안의 청와대 국민청원 중 가장 많은 동의수를 기록했다. 혐의자인 박씨가 인터넷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인 ‘n번방’에서 음란물을 유포하면서 미성년자들까지 동원한 데 대한 사회적 분노의 집단 표출이다.
문제의 성착취 동영상물이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끌어들인 피해자들을 협박해 찍은 것이지만 현행 규정에 따라 혐의자의 신상공개가 금지되고 있다는 게 현실적인 한계다. 법무부가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이유로 지난해 12월부터 새 공보준칙인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청도 이러한 취지에 따라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한 단계다. 이 조치에 의해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포토라인에 서지 않은 첫 수혜자가 됐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문제의 음란물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배경에 수요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대화방에도 1만명 이상의 유료회원이 가입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원 등급에 따라 좀 더 가학적인 동영상 접근이 허용됐던 것은 물론 댓글을 통해 특별 주문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피해자들의 몸에 ‘노예’라는 글자를 쓰도록 했다는 것이니, 당사자들 사이에 “지옥이 따로 없었다”는 눈물의 한숨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여론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결국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마당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다”면서 경찰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를 지시했다. 피해 여성들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기본 인권의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미성년자를 끌어들인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인권보호가 중요하다고 해서 사회적인 정의 실현이 지체되거나 방해를 받는 일도 없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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