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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째 때낀 방진마스크 하나로"…이주노동자 `코로나 사각지대`

손의연 기자I 2020.03.16 01:17:00

합법·불법 막론한 全 이주노동자들 코로나19 `사각지대`
최신 정보 접하기 쉽지 않은데다 언어·시스템 장벽도 커
"각국 대사관·고용주와 협력해 사각지대 해소 나서야"
"의심증상 있는 불법체류자, 신천지처럼 숨어버릴 수도"

[이데일리 손의연 배진솔 기자] “일주일이 다 되도록 더러워진 방진 마스크 하나만 계속 쓰고 있습니다.”

네팔 국적의 이주노동자 A(29)씨는 지난주 때가 덕지덕지 묻은 방진 마스크를 쓰고 이주노동자센터를 찾았다. A씨는 “코로나 때문에 이주노동자센터에 들어가려면 마스크를 껴야 하지만 가진 게 이 것뿐이라 일주일 내내 썼다”이라며 “어디서 마스크를 사야 하는 지도 모르고 사러 갈 시간도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법무부 출입국서비스센터 앞에서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자진 출국 신고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이주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에는 자진출국 신고를 하고 한국을 떠나겠다는 불법체류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아 국내 코로나19 최신 정보나 마스크 구매처 등을 찾지 못해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각에서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이들을 예방 대상으로 보고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일 일하는데 마스크 언제 구해”

정부는 지난 9일부터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국내에 머물고 있는 불법 체류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합법 이주노동자에게도 마스크 구하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은 공적 마스크를 약국에서 구매할 때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다만 합법적으로 국내에 온 이주노동자 경우에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이 안 돼 있거나 보험료 부담으로 지역의료보험을 가입하지 못 했을 경우엔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없다. 불법 체류자는 아예 건강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다. 설령 서류가 있다 해도 이들 대부분은 종일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도심에 있는 약국으로 마스크를 사러 갈 시간도 없다. 경기도 한 글로벌다문화센터 관계자는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에도 쉼터에서 머물고 있는 이주노동자 중 일을 쉬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마스크 재고 알림, 확진자 동선 안내, 선별 진료소 위치 등에 대한 정보가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는 정보에서도 소외당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끼리 SNS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마스크가 어디 있다더라` 등 정보 정도 만을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5부제 안내 자체도 이주노동자에게 전달됐는지 의문이고 한국의 보건소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대부분”이라며 “합법적으로 들어와 있는 노동자들 국가만 해도 16개인데 그들끼리 알음알음 정보를 공유하며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각국 대사관·고용주와 협조해 코로나19 사각지대 제거해야”

통계청의 2019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외국인 취업자)는 약 86만3000명, 불법체류자는 36만 6000명(2019년 6월 기준) 정도다. 국내에 머무는 이주노동자는 약 123만 명으로 그 수가 적지 않다. 이주노동자들은 공장 등에서 근무하며 여럿이 어울리거나 이주노동자지원센터, 이주노동자쉼터 등을 이용하기도 해 만약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달 코로나19 검진을 받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의료기관도 단속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확진될 경우 치료비는 정부가 부담키로 했다.

하지만 이들을 예방 대상으로 보고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각국 대사관과 고용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철 이주노동희망센터 대구노조 성서공단 소장은 “건강보험이 돼 있어야만 하는 여건 등을 수정해 이주노동자가 마스크를 살 수 있게 하고 고용주가 마스크를 대리 수령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또 정부가 대사관에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해 가능한 많은 권역의 노동자에게 예방수칙, 선별진료소 등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니 대구에서는 이주노동자가 큰 공포감으로 어렵게 구한 마스크를 3개씩 쓰고 다니거나 라텍스 장갑을 두 겹씩 끼고 다니기도 한다”면서 “법무부의 지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는 의심증상을 느껴도 신천지 신도처럼 숨어버릴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 소장은 “이들에 대한 치료 지원책이 나왔지만 예방 지원책도 먼저 있어야 하며 고용주들이 마스크나 방역 등 정보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주노동자를 생산 수단으로 취급하지 말고 본질적으로 이들을 구성원으로 보고 예방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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