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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상업 작가이지만 일본의 만행 역사를 소설로 알리고자 자발적으로 전자책 무료 배포를 감행했다.”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의 원작자 소재원(35) 작가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행동에 나섰다. 소 작가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실명으로 글을 올려 자신의 소설 ‘그날’(마레)을 예스24, 교보문고, 네이버, 리디북스 등 온라인 서점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게 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소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데뷔작품 ‘나는 텐프로였다(영화 비스티보이즈)’로 데뷔한 이후 발표한 소설들이 잇따라 영화로 만들어지며 소위 스타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소 작가는 “지금 시점에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며 “작가로서 우리의 역사를 알리고 대중 의식을 함께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4년 발표한 ‘그날’은 일제 강점기 시절 소년소녀의 꿈과 순정을 빼앗은 일본의 만행을 담은 장편소설이다. 강제 징병 됐다가 한센병 때문에 소록도로 쫓겨난 남자(신수철)와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오순덕)의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그들은 정혼자였지만 18살이 되던 해 신수철은 전쟁터에 내몰리고, 오순덕과 조선의 수많은 처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일본군은 도망가려 뛰쳐나가는 여인을 죽이기 위해 떼로 달려들기도 했다.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아픈 역사다.
“사실 역사는 학창 시절 국사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만 알고 있었다. 집필을 결심하고 취재를 하다 보니 몰랐던 사실이 너무나 많더라. 나눔의 집도 직접 방문하고 소록도도 내려가봤다. 생체실험이 731 부대에서만 일어났던 게 아니라 소록도에서도 자행됐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처음 발표했을 당시에도 ‘아프다, 눈물 난다, 슬퍼서 못 보겠다’는 평가들이 많았는데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되는 우리의 과거다.”
현재 ‘그날’의 종이책은 절판된 상태다. 홍보성이라는 의구심을 피하기 위해 절판을 결정하고 전자책으로만 남기기로 결정했다.
“임진왜란 이후에도 일본은 끊임없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었다. 그들의 문화나 민족성이 얼마나 우리를 시기·질투하고 있는지는 이미 역사가 증명을 했다. 아직도 반성은 커녕 우리를 발 아래 복종시키려는 모습에 화가 나더라. 절판은 출판사로서도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 다행히 동의해줬다.”
△‘약자를 위한 소설가’…“세상은 바뀔 것”
소 작가는 사회적인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를 소설로 쓰며 ‘약자를 위한 소설가’라는 별칭을 얻었다. 가습기 살균문제를 다룬 ‘균’은 한 차례 영화화가 무산됐다가 최근 다시 투자계약이 이뤄졌다. 최근에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행복하게 해줄게’(네오픽션)를 냈다. 직장을 잃은 가장이 만삭의 아내와 네 살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대리운전 일을 하다가 두 번의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안타까운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이다.
“좀 더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원천이 마련돼야 하는데 ‘역사 바로 알기’가 그 시작일 수 있다. 몇 년간 미디어 쪽으로는 작품 활동을 못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어차피 바뀔 거다. 그러니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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