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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완화, 금리 인하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소위 ‘한 방’을 노리는 투자 행태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제 2금융권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틈타 신용대출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추며 ‘빚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조4701억원으로, 전월대비 2175억원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매입을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말한다. 투자 후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서 원금ㆍ이자를 갚고도 수익을 낼 수 있어 증시 상승기에 불어나는 경향을 띤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해 5월 역대 최대인 12조4985억원을 찍는 등 9개월(2018년 1~9월)간 10조원을 웃돌다가, ‘검은 10월’로 불렸던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넉 달간 9조원 대로 내려앉았다. 증시가 회복 기미를 보이던 2월부터는 한 번도 10조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채 조금씩 늘고 있다. 코스닥 시장(5조6725억원)이 유가증권 시장(4조7976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더 많았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유가증권(4조8448억원)이 코스닥(4조5628억원)보다 우위를 보였지만, 올 들어 코스닥이 역전했다.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주식담보대출도 급증했다. 6월 말 주식담보대출 잔고는 18조 9778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9월 기록(18조 9455억원)을 경신했다. 올 들어 주식담보대출은 한 번도 꺾인 적 없이 매달 증가하고 있다. 주식담보대출은 대출 목적이 주식 투자만은 아니지만, 증시로 다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높은 자금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신용거래융자와 주식담보대출을 합쳐 ‘빚’을 이용한 레버리지(지렛대) 투자 규모는 29조4479억원으로, 30조원에 육박했다. 이달 중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9월(30조7296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빚 투자’ 30조원 시대를 열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자 행태는 증시 하락시 원금과 이자 뿐 아니라,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까지 떠안게 돼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국내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에 휘둘려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빚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