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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선을 넘볼 것 같던 코스피지수가 다시 박스권에 갇혔다. 중국 증시는 속절없는 하락세고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던 뉴욕 증시도 고점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증권가에서 잔뼈가 굵은 전직 리서치센터장들은 현재 증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김영익 서강대 교수(전 대신증권·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승 IR큐더스 대표(전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 소장(전 대우증권·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미래에셋대우 사장) 등 한 세대를 풍미했던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증시가 추세적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직이 아니기 때문에 낼 수 있는 냉철한 목소리기도 하다.
◇ “경기 부진이 원흉…겨울 막을 순 없다”
이들이 추세적 하락이라고 보는 근거는 경기둔화에 있다. 김영익 교수는 “경기 사이클 자체가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며 “올해 중국 경제가 먼저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미국도 내년에는 고점에서 꺾일 것이라는 위기감을 증시가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병서 소장도 “이미 경기 하락은 올해 1월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것을 피할 수는 없듯 경기 사이클 하강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성국 대표 역시 “세계 경기가 새로운 수축 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통”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경기가 하강 국면이 지속되니 보호무역에 따른 무역분쟁이 불거지고 부채가 많아져 통화 긴축도 이뤄진 것”이라며 일련의 악재들이 경제 위축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과거와 달리 불확실성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종승 대표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는 극복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가파르게 증시가 회복했다”며 “지금은 무역 분쟁과 글로벌 통화 긴축, 한국 경제의 구조적 경쟁력 약화 등 악재에 대응할 방안이 쉽지 않다는 답답함이 시장을 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위험자산 투자 지양…변동성 장세 대응해야”
이들은 투자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줘야할 때라고 진단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주가 상승이 10년 가까이 계속됐고 내년 경기 악화가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세 상승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며 “이제는 대세 하락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정의했다. 주식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투자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그는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고 채권을 확대해야 한다”며 “주식 중에서는 낙폭이 컸던 대형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대표는 “글로벌 경기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때까지 보수적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현금 비중을 늘리고 반등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기본적으로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주식은 기대와 실망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변동성을 이용한 단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다양한 상품 투자를 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올해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굉장히 높았던 것처럼 시장이 좋든 나쁘든 투자 가능한 상품들은 많이 있다”며 “단순히 종목 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상품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 “중국 내수 부양이 반등 모멘텀…수혜 기대”
그렇다면 증시 회복의 기대감은 접어야 하는 것일까. 위기 속에서도 희망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이들은 전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뉴욕 증시보다는 중국 증시와 동조화 현상이 강한 편이다. 이 대표는 “한국 경제는 중국에 각종 소비재를 수출하고 콘텐츠도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홍 대표는 “길게 보면 증시 방향성을 선도하는 것은 미국이지만 중국은 한국과 지정학적으로 가깝고 경제 의존도가 높다”며 “한국 증시는 중국과 연동돼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반등의 실마리도 중국에서 찾아야 한다. 무역분쟁으로 중국이 타격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달 열린 중국의 경제공작회의는 향후 경제 정책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전 소장은 “중국은 당장 내수를 키워야하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며 “지방정부의 부채를 확대키로 결정하면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관련 한국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무역분쟁이 기술분쟁 양상을 띠는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정보통신기술(ICT) 선도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파트너가 될 기회가 생겼다”며 “중국이 자본시장 중심의 경제 발전을 천명하면서 한국 금융투자업계에도 먹거리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