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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은행연합회가 추천한 임지원(54)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은 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절차가 남아 정식 임명되기 전이라 무척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20년간 금융투자업계에 몸담은 경험을 살려 금융통화위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뭔지 고민이 많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지원 내정자를 금통위원으로 임명하면 이성남 전 통합민주당 의원에 이어 두번째 여성 금통위원이 된다. 임 내정자는 오는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함준호 금통위원의 후임이다.
◇첫 여성 금통위원 지낸 이성남 前 의원과 ‘닮은꼴’
임 내정자는 외국계 투자은행(IB)업계에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에 오르는 첫번째 사례다. 첫 여성 금통위원을 지낸 이성남 전 의원과 같이 외국계 금융기관 출신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거친 이 전 의원과 달리 순수 민간이라는 면에서 다르다.
임 내정자는 여러모로 이 전 의원과 닮은꼴이라는 평가다. 이 전 의원이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씨티은행 한국영업담당 총지배인과 한국재정담당 수석을 역임했는데 임 내정자도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JP모간 서울지점 수석으로 근무 중이다. 이를 두고 현재 금통위가 50대 남성 경제학자 위주로 구성된 까닭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감안한 인선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금통위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 지적대로 일단 전문성이 중요하다”며 “전문성을 갖췄다면 남성이냐 여성인지는 따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라서 안 될 것은 없고 다양성 측면에서 더 좋은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1964년생인 임 내정자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영문학과를 마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6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을 맡았다. 1998년 JP모건 홍콩지점으로 직장을 옮겼고 1999년부터 JP모건 서울지점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담당했다.
복수의 전·현직 한은 관계자 말을 종합해 보면 임 내정자는 조사 역량이 필수인 한은의 업무 특성상 데이터 분석에서 탁월한 능력을 지녔으며 금융시장에 대한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세평이다. 임 내정자의 거시경제 전문성에 대해서는 토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경제지표뿐 아니라 한은 총재 발언의 숨은 의중을 파악하는 통찰력이 남다르다는 평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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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내정자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한은 통화금융연구회 운영위원으로, 작년 3월부터는 한은 통화정책 자문회의 의원으로도 각각 활동 중이다. 하지만 한은과의 인연은 10여년 이상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내정자를 잘 안다는 금융권 인사는 “정희전 전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이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으로 있을 때 국내 금융시장 및 외환시장 동향 점검을 위해 임 내정자에게 수시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임 내정자와 정 전 사장은 노스캐롤라이나대 동문수학한 사이로 전해진다.
임 내정자는 유년 시절 음악·미술 등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서울예고에 진학한 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경제학에 뒤늦게 흥미를 느껴 이코노미스트로 진로를 바꿨다. 미국 유학 당시 예고 때 전공을 살려 교회 피아노 반주자로 노스캐롤라이나대에 공부하러 온 정부와 한은 출신 공직자들과 교분을 쌓았다는 전언이다. 임 내정자는 정부 및 한은의 정책결정자들과 네트워크가 폭넓은 편이다.
임 내정자의 IB 이코노미스트라는 부분은 그동안 한은 금통위 약점으로 지목됐던 시장과의 소통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IB에서 한국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20년 동안 고위직으로 근무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강점도 있다.
다만 임 내정자가 근속한 JP모간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주요주주이자 글로벌 투자시장의 ‘큰손’이어서 한은 금통위원으로 재직하기엔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부 제기된다.
임 내정자는 “JP모간의 복무에 관한 내부규범에 따르면 매크로 이코노미스트인 본인은 거시경제에 대한 의견만 진술할 수 있으며 여러 부서 실무자들과 회의를 하더라도 거래(딜)와 관련된 논의가 나올 때에는 퇴장하게 돼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규를 철저히 준수하지 않았다면 JP모간에서 그토록 오랜 기간 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해상충에 있어 저에게 향하는 비판은 다소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시장에서 오는 것이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며 “외국계 IB라 이해상충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임 내정자가)와서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면 될 것”이라면서 임 내정자에게 “축하한다”는 뜻을 전했다.
▶임 내정자는…
△1964년생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제학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서울시 재정투융자기금 운영심의회 위원 △국회예산처 거시경제부문 자문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現 기획재정부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 위원 △現 한국은행 통화금융연구회 운영위원 △現 한국은행 통화정책 자문회의 의원 △現 국민경제자문회의 의원 △現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 수석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