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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오는 28일부터 5월6일까지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과 종묘에서 제4회 궁중문화축전을 연다”며 “개막제 ‘세종 600년, 미래를 보다’를 시작으로 궁정 의례와 민간 축제를 결합한 산대희를 서울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재연한다”고 밝혔다. ‘산대’는 산 모양을 한 대형 구조물로 1784년에 정조가 금지한 후 234년 만에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올해 궁중문화축전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강조한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개막제가 경복궁 흥례문 광장의 밤을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뮤지컬 ‘세종이야기 왕의 선물’이 5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다. 세종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과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되새기는 행사도 준비했다.
하이라이트는 조선 최대의 축제 ‘산대희’의 재현이다. 산 모양의 야외무대 위에서 펼쳐진 각종 연희의 총집합체로, 궁정의 의례와 민간의 마당놀이가 한 자리에 어우러지는 도시 축제다. 당시 최고 수준의 조형 예술, 무대 미술, 공연 예술 등을 총체적으로 결합해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정수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를 온 백성과 시민이 함께 축하하는 이동 무대를 활용한 산대놀이 ‘예산대 시민 행렬 세종의 꿈’이 대표적이다. 29일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 흥례문 광장을 중심으로 300여 명이 참여한다. 12지신의 탈을 쓴 비보이 등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노린다.
안태경 궁중문화축전 총감독은 “‘산대’는 요즘으로 말하면 일종의 무대 세트며 광화문을 덮을 정도로 크기가 컸다”며 “한글을 창제한 세종과 광장에서 벌어지는 산대희는 소통과 나눔이라는 철학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종대왕의 가장 큰 업적은 과학기술이나 천문학을 장려한 게 아니라 애민정신을 기반으로한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라며 “‘산대’는 왕실의 축전이었지만 온 백성이 다 같이 즐겼던 만큼 이번 궁중문화축전 역시 시민과 함께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궁중문화축전은 경희궁을 제외한 사대궁과 종묘 일대에서 열린다. 장소의 매력을 살린 34개 프로그램도 관람객을 맞는다. 창덕궁에는 달빛 아래 고궁의 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 인 축전’, 봄꽃이 흐드러진 화계를 배경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낙선재 화계 작은 음악회’, 옛 지도를 따라가며 창덕궁의 변화상을 감상할 수 있는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덕궁 나무답사’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창경궁은 당시 궁궐의 일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시민이 직접 대신과 상궁, 나인, 내의녀 등으로 분장하고 영조 시대 궁궐의 하루를 체험하는 ‘시간여행, 그날’, 경복궁 뮤지컬 세종이야기 ‘왕의 선물’을 문정전에 걸맞게 재구성한 ‘궁중극-세종이야기’, 정조실록에 기록된 사건을 실제 배경인 창경궁 각 전각에서 재현하는 공연 ‘정조와 창경궁’ 등이다.
덕수궁 정관헌에서는 대한제국 선포 이후 거행된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를 재현하고 석조전 앞에서는 고종황제가 즐겨 마시던 가배차(커피)를 당시 방식대로 체험할 수 있는 ‘대한제국과 가배차’ 행사를 연다. 종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의 제사 의식 ‘종묘대제’를 비롯해 ‘종묘제례악 야간공연’, ‘종묘 묘현례’ 등의 프로그램으로 종묘의 장엄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가족, 연인과 함께 봄나들이를 나온 관람객을 위한 체험·전시 프로그램도 있다. 각궁에 숨겨진 국보와 보물을 찾아 도장을 모으는 ‘궁궐 속 보물 들여다보기’가 축전 기간 동안 진행한다. ‘훈민정음 탁본 체험’, ‘왕실 내의원 한의학 체험’ 등도 있다. 이 궁에서의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궁을 배경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을 공모를 거쳐 선정한 ‘고궁 한복 사진전’과 백성과 나라에 대한 왕의 고민이 담긴 ‘어제시 전시’ 등 전시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