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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의 록코노믹스]콘서트 티켓 가격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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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 기자I 2018.03.10 06:06:0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몇 년 전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야기다. 지난 2013년 5월 20일 배리 아라켈리언 씨는 톰 페티 공연이 열리는 뉴욕 비컨 시어터 앞에서 사기를 당했다. 그는 공연장 앞에서 만난 암표상에게 375달러를 주고 공연 티켓 2장을 샀다. 원래 가격은 장당 135달러였지만 50달러 이상의 웃돈을 준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연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가 산 암표는 위조된 티켓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라켈리언 씨는 다른 암표상에게 450달러를 주고 2장을 다시 샀다. 다행히 이번엔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135달러 짜리 티켓 2장을 위해 3배가 넘는 825달러를 썼는데도 아라켈리언 씨는 만족스러워 했다. 그는 “내가 존경하는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서라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톰 페티 (사진=AFP)
티켓 가격 낮을수록 암표상에겐 호재

톰 페티는 생전에 뉴욕에서 제일 큰 공연장인 매디슨스퀘어가든에 관객을 꽉 채우고도 남을 인기 뮤지션이었다. 그러나 그는 종종 비컨 시어터 같은 작은 공연장을 무대로 택했다. 게다가 티켓 가격은 다른 공연에 비해 낮게 책정했다.

파스칼 커티 빅토리아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공연티켓 가격 책정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바바라 스트라이잰드나 마이클 볼튼은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높은 가격을 매긴다. 바바라 스트라이잰드는 이탈리아 로마 공연 티켓 가격을 1000달러로 책정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은 끝에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반면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나 펄잼은 시장 평균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티켓을 판다. 그렇다고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마이클 볼튼보다 공연 수입이 적은 것도 아니다. 티켓 가격은 낮게 책정한 뒤 공연장에서 판매하는 맥주나 티셔츠 가격을 높게 받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이처럼 가수가 공연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티켓 가격이 낮으면 돈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암표상들이다. 아라켈리언 씨처럼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공연을 보고 싶은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모자라고 가격이 낮다보니 톰 페티와 같은 인기 뮤지션의 공연은 암표상들에겐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걸리면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서라도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는 이유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수십배 웃돈 줘야

하지만 암표상들에도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 1980~1990년대에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암표상 1명이 연간 7만달러를 벌기도 했지만, 지금은 3만달러를 벌기도 힘들다고 한다. 2007년부터 뉴욕주가 공연 티켓 중고시장 거래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스터브허브 같은 티켓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매진된 공연 티켓을 웃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다. 암표상에게 표를 살 때는 무언가 속는 기분이 들지만, 티켓 중고거래 사이트는 수요와 공급이 비교적 투명하게 드러나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문제는 인기 공연의 경우 중고거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뮤지션들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엘튼 존 경은 리세일(재판매) 티켓에 대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암표상들에게는 많아야 2~3배 정도 금액을 주면 충분했다. 이에 비해 스터브허브 등에선 많게는 수십배의 웃돈을 지불해야 한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미네소타에서 열린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178달러짜리 공연 티켓은 중고거래 시장에서 최고 8000달러까지 뛰었다.

공연티켓 중고거래의 문제점이 잇따라 지적되자 지난 2016년 1월 미국 뉴욕주 검찰은 ‘무엇이 뉴요커들의 티켓 구입을 막고 있는가?’라는 보고서를 냈다.

조사 결과 뉴욕에서 열리는 대형 콘서트 티켓의 20~30%는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며, 소비자들은 액면가보다 평균 49% 높은 가격에 암표를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주 검찰은 공연 티켓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리세일(재판매)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티켓의 38%는 팬클럽 회원이나 특정 신용카드 이용자 등에게 선예매로 팔고, 16%는 기업 스폰서 등이 가져가고, 나머지 46%만 일반 판매를 하다보니 품귀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티켓 오픈하면 봇이 순식간에 매집

품귀 현상에 일조하는 것은 봇(bot)이다. 공연 티켓이 오픈되면 브로커 업체들이 자동 예매 프로그램인 봇을 돌린다. U2의 2015년 7월 뉴욕 공연의 경우 1개의 봇이 1분 만에 1012개 좌석을 예매하기도 했다. 봇이 표를 매집하는 동안 웹사이트는 다운되기 마련이고 소비자들은 새로고침만 클릭하다 어느 순간 표가 매진된 것을 깨닫는다.

브로커들은 이렇게 매집한 표를 중고시장에 비싼 값에 내놓는다. 팬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웃돈을 주고 표를 살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다만 브로커들이 항상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인기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봇을 돌려 티켓을 대량 매집했는데, 예상보다 수요가 저조하면 리세일 가격은 급속하게 떨어진다. 이를 잘 이용하면 소비자들은 티켓을 절반도 안 되는 값에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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