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차기회장 후보에 단독 추천됐다. 사실상 3연임을 확정 지은 셈이다. 김 회장은 연임 소감으로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느끼는 책임감이 무엇일지는 ‘금융권 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이 걸어간 발자취로 엿볼 수 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 8년을 지내다 2001년 신한금융 출범과 함께 회장으로 취임해 9년 동안 지주를 이끌며 은행장 3연임, 지주 회장 4연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라 전 회장은 2010년 네 번째 연임이 확정된 상태에서 ‘신한사태’로 불명예 퇴진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역시 은행장 3연임에 이어 회장 3연임으로 15년간 금융권 CEO의 자리를 지키며 하나금융의 성장을 일궜다. 그는 회장 4연임을 고사하며 자리를 떠나 ‘박수칠 때 떠난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정작 퇴임 후 구설에 휘말렸다. 끝내 김 전 회장은 MB정부 관련 미술품 비자금 의혹 등이 제기되자 고문 자리에서 물러났다.
장수 CEO에겐 기회와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한다. 확고한 리더십과 안정된 지배구조로 장기적 안목의 경영전략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특히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체질개선이 당면 과제로 놓인 금융사에선 단기 성과에 급급해하지 않는 CEO의 판단과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미래금융R&D본부와 미래금융전략부를 신설하는 등 금융혁신에 초점을 맞춰 온 김 회장의 중장기 전략이 연속성을 갖고 실행될 수 있다는 점은 연임을 통한 기회임이 분명하다.
반면 장수 CEO의 안정된 지배체제 이면에는 내부 견제 세력이나 실질적 후계자 양성의 소홀 문제가 계속해 지적된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지적도 이 점을 겨냥했다. 결국 김 회장은 근본적으로는 투명하고 내실 있는 경영을 이끄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그룹이 지속 가능한 체제로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갈등관계를 빚어온 금융감독당국과의 관계 개선뿐 아니라 노조와의 갈등관계도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국내에선 드문 ‘장수 CEO’ 대열에 합류한 김 회장이 선배들에게 ‘형보다 나은 아우’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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