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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과 강원도 산골짜기에 완전히 똑같은 구조의 전용면적 84㎡짜리 집이 있다면 그 집의 가치는 같을까.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듯 이는 절대로 같지 않다. 결국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 집이 놓여 있는 공간이자 인간의 관계다.
이런 관점에서 30년 넘게 주택산업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해온 권주안(56) 원장이 인문학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집이라는 것은 눈·비·바람을 막는 단순한 직육면체가 아닌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자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이만큼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품’이면서도 다른 공간과 관계를 맺는 ‘거점’이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인간을 바탕으로 도시도 성장”
결국 집의 가치는 그 집이 놓여있는 도시의 가치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권 원장이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해냄·2011년 출간)를 인생의 서적으로 꼽은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왜 사람들은 서울이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살길 원하는가. 또 그 중에서도 강남에서 살길 원하는가.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성공하듯이 사람들이 사는 수많은 지역 가운데서 경쟁에서 승리한 곳만이 도시가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에서 사는 인간은 더 풍요롭고 행복해질 기회가 있다. 권 원장은 “도시를 통해 사람은 성장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성장하는 인간을 바탕으로 도시도 성장한다”고 말했다.
특히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토지 가용률이 2%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은 한정돼 있다. 자연스럽게 서울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성장이 됐다. 권 원장은 “서울 인구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한다”며 “서울이라는 도시가 행정권역을 뛰어넘어 확장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전에 맞춰 규제도 유연하게 적용해야…도시 승패 가를 것”
권 원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층(層)·향(向)·동(棟)에 따른 분양가 체계를 만들어낸 전문가다. 그가 만든 분양가 체계는 한때 대한민국 최고급 아파트로 군림했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첫 도입돼 이후 민간아파트 분양가 책정의 기준이 됐다. 같은 아파트라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더 특별한 곳’이 있을 것이란 발상의 전환이 만든 결과물이다.
권 원장은 “모든 사람이 높은 층에 살거나 한강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할까”라고 반문한 뒤 “그런데 결국 가격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남의 가치가 나의 것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
그런 그가 최근 생각하는 것은 또 한번의 ‘발상의 전환’이다. 권 원장은 “기술이 발전하고 공간을 압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공간의 의미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아도 쇼핑과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이미 다가왔다. 앞으로 4차 산업을 통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권 원장은 “앞으로는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수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때는 고급아파트의 상징이었던 수영장은 이제 일반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로 자리 잡았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3·4주구)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현대건설은 커뮤니티 시설로 워터파크와 오페라하우스 등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때는 마음먹고 찾아가야 했던 문화시설을 내 집 앞마당으로 옮겨놓겠다는 것이다.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집 안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이 도입될 수도 있다.
권 원장은 “기술 발전에 따라 공간을 집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점점 향상되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도시 역시 얼마나 유연하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도시 간의 경쟁에서 승패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인도의 뭄바이는 토지 이용 규제로 과도하게 높은 주택 가격, 스프롤 현상, 슬럼가 형성, 부패 만연 등의 문제를 일으킨 반면 중국 상하이는 유연한 주택 공급 정책으로 수많은 해외 기업가가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최근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이미 존재하는 도시를 더욱 개발하고 활용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용도용적제(zoning)와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도시의 가치는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주안 원장은…
1961년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부터 주택산업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15년 9월 원장으로 취임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동산분야 전문위원 △국토해양부 자체심사평가 주거복지분과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재산세제분과위원 △재정경제부 국가재정계획 SOC-주택분과위원 △국토교통부 주택금융실무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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