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점 낮은 실수요자 90㎡형대 전략적 청약
분양 시장에서 보편적인 주택 면적은 전용 59㎡, 전용 84㎡, 전용 114㎡이다. 흔히 수요자들이 아파트 면적을 구분할 때의 과거 사용했던 ‘25평, 34평, 48평’으로 분류된다. 당초 90㎡대는 ‘중소형’도 ‘중대형’도 아닌 애매한 면적으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아 공급 물량도 극히 적었다. 실제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에서 공급한 전체 분양물량 가운데 90㎡대는 445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청약가점제 개편으로 전용 84㎡과 같은 30평대로 면적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도 공급 물량의 50%는 추첨으로 당첨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전용 90㎡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8·2 부동산대책에 따라 지난 9월 20일부터 전용 85㎡ 이하의 중소형 주택형에 대해서는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공급물량의 100%,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는 75%까지 가점제 적용이 확대됐다. 하지만 전용 85㎡ 초과 주택형은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종전과 차이없이 전체의 50%,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는 30%까지만 가점제를 적용한다.
최근 서울에서 공급에 나선 단지들 가운데 84㎡보다 90㎡대 주택형에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달 서울 은평구 응암2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한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은 전용 99㎡가 24가구 모집에 453건의 청약이 몰리며 18.88대 1의 경쟁률로, 84㎡의 청약 경쟁률(289가구 모집에 1834건 청약)을 3배 가량 뛰어넘었다.
지난달 서울 중랑구 면목5구역을 재건축해 공급한 ‘면목 라온 프라이빗’의 경우도 전용 95㎡의 청약경쟁률은 8.35대 1, 84㎡의 경쟁률은 4.08대 1 수준으로 90㎡대에 상대적으로 많은 청약이 몰렸다. 올 들어 가점제 확대 시행 이전까지 서울에서 한 단지 내에 84㎡과 90㎡대를 같이 공급했을 때 84㎡의 청약 경쟁률이 낮게 나온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 세금 기준·환금성 등 고려해야
연말까지 상대적으로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가 청약에 나서볼 수 있는 90㎡대 주택형 공급 물량이 포함된 단지들의 분양이 남아 있다.
경기 하남 감일지구에서 내달 중 처음 공급하는 민간분양 단지인 ‘하남 포웰시티’는 B6·C2·C3 블록에서 2603가구를 공급한다. 단지가 공급되는 경기 하남은 청약조정대상지역이지만 수도권 공공택지로 전용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공급된다. 단지는 B6블록은 전체 전용 84㎡ 이하로 공급되지만 C2·C3블록에는 전용 90·99㎡ 물량이 포함돼 있다.
세종에서도 90㎡ 틈새 면적형 분양물량이 나온다.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로 전용 85㎡ 이하 주택형은 100% 가점제 적용을 받는다. 세종 2-4생활권 P4구역 HC3·HO3 두 개 블록에 내달 공급하는 ‘세종 리더스포레’는 전체 1188가구 가운데 99㎡을 254가구 분양한다. 같은 달 세종 2-4생활권 HO1·HO2 블록에 공급하는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는 전용 84·98㎡ 1031가구 규모다.
전문가들은 ‘틈새면적’을 노리는 예비 수요자는 전용 85㎡을 기준으로 세금 기준 등이 달라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택 취득세는 실거래가와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전용 85㎡ 초과 주택의 취득세율은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 1.3% △9억원 이하 2.4% △9억원 초과 3.5%로 전용 85㎡ 이하보다 각 0.2%포인트씩 높아진다.
전용 85㎡ 초과 주택은 향후 임대사업자 등록 때 세제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 임대사업자 등록 시 소득세와 재산세 등의 세제 감면은 전용면적 기준을 60㎡ 이하, 60㎡ 초과 85㎡ 이하 주택으로 분류해 감면 비율을 달리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90㎡대의 주택을 청약할 때는 입주 후 환금성 등도 고려해봐야 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일반적인 주택형과 한 단지 내에 구성돼 있는 ‘틈새 면적형’는 설계에 따라 자투리 면적을 활용한 경우가 많아 모델하우스에서 볼 때와 실제 입주해서 살 때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며 “알파공간 등의 장점이 뚜렷하지 않다면 향후 거래가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