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오래 기다리셨네요…'2대 빌리 오총사'가 온다

장병호 기자I 2017.10.10 06:00:00

내달 28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개막
댄서·태권도 선수를 꿈꾸던 소년 5명
200명 몰린 오디션서 당당히 캐스팅
"내 꿈은 이제 뮤지컬 배우" 한목소리
연기·탭댄스·애크러배틱 등 배우며
18개월 매일 6시간 지옥훈련 견뎌내
"하루라도 안 보면 아쉬운 절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빌리 역의 아역 배우들. 왼쪽부터 심현서·성지환·천우진·에릭 테일러·김현준(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탄광촌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키우는 소년의 이야기이자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11월 28일~2018년 5월 7일 디큐브아트센터)가 내달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0년 국내 초연 이후 무려 7년 만의 재공연이다.

주인공 빌리를 연기하기 위해 다섯 명의 아이들이 1년 6개월이 넘도록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천우진(13)·김현준(12)·성지환(11)·심현서(10)·에릭 테일러(10)다. 첫 뮤지컬 무대가 떨리면서도 기다려진다는 ‘2대 빌리’를 최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각자 다른 꿈으로 만나 ‘빌리’가 되기까지

‘빌리 엘리어트’에 캐스팅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각자의 재능을 갈고 닦으며 서로 다른 꿈을 키워왔다. 천우진은 탭댄스, 김현준은 스트릿 댄스, 성지환은 태권도, 심현서는 발레, 에릭 테일러는 연기가 특기다. 처음 오디션에 지원할 때는 부모님의 걱정도 많았다. 천우진은 “엄마가 ‘너는 힘든 걸 싫어하는데 어떻게 춤도 추고 노래하며 연기를 하겠니’라며 걱정했다. 그래도 엄마가 뮤지컬을 좋아해 오디션 원서를 내줬다”고 말했다.

오디션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했다. 200여 명의 아이들이 빌리 역에 지원했다. 세 차례의 오디션을 통해 7명의 빌리 후보를 선발했다. 발레·탭댄스·현대무용·애크러배틱·스트릿 댄스·보컬·필라테스 등을 배우는 ‘빌리 스쿨’을 통해 무대에 설 준비를 했다. 지난 1월 최종 오디션을 거쳐 천우진·김현준·성지환·심현서 네 명을 빌리 역으로 선발했다. 이후 에릭 테일러가 추가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다.

현재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방과 후 6시간씩 연습을 하고 있다. 매일 같이 붙어 지내다 보니 이제는 하루라도 안 보면 아쉬운 친구 사이가 됐다. 어려움도 없지 않다. 다섯 아이들은 가장 힘든 점으로 탭댄스를 꼽았다. 심현서는 “박자를 잘못 맞춰서 탭댄스를 할 때마다 머리가 새하얘진다”면서 “발레할 때와 달리 탭댄스는 자신감이 없다”고 말했다. 성지환은 “빌리가 화를 내는 넘버 ‘앵그리 댄스’는 움직임이 너무 많아서 정말 힘들다”고 덧붙였다.

빌리 역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같은 또래로서 느끼는 동질감 때문이다. 김현준은 “빌리처럼 춤을 추는 게 좋다. 주변에서도 춤에 재능이 있다고 말해줘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에릭 테일러는 빌리와 닮은 점이 없다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성지환은 “빌리는 쿨하지만 속은 따뜻한 아이다. 에릭과 성격이 비슷하다”며 웃었다.

서로 다른 꿈을 갖고 있던 다섯 아이들은 ‘빌리 엘리어트’를 만난 뒤 뮤지컬 배우라는 같은 꿈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은 “지금의 꿈은 뮤지컬 배우”라고 입을 모았다. 심현서는 “발레리노도 꿈이지만 ‘빌리 엘리어트’를 하면서 연기에도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준은 “뮤지컬 배우도 되고 싶고 가수도 되고 싶다”면서 “‘빌리 엘리어트’를 마친 뒤에는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에 오디션을 지원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열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제작발표회에서 빌리 역의 아역 배우들이 공연하는 모습(사진=신시컴퍼니).


△뮤지컬·발레 꿈 이어가는 ‘1대 빌리’

‘빌리 엘리어트’는 초연 당시에도 뮤지컬 경험이 전혀 없었던 아역 배우들의 활약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무대에 섰던 ‘1대 빌리’ 김세용(20)·이지명(20)·박준형(18)·임선우(18)·정진호(19)는 7년이 지난 지금도 뮤지컬과 발레로 꿈을 이어가고 있다.

박준형·이지명·정진호는 뮤지컬 배우로 꾸준히 무대에 섰다. 김세용·임선우는 발레리노로 국내외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임선우를 제외한 ‘1대 빌리’들은 지난해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을 통해 ‘빌리 엘리어트’의 주요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20대를 눈앞에 두고 마지막으로 ‘빌리’로 무대에 선 순간이었다.

선화예고 3학년으로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임선우는 올해 초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금도 ‘빌리 엘리어트’를 생각하며 발레를 한다. 임선우는 “‘빌리 엘리어트’ 재공연 소식 덕분에 요즘 더 7년 전을 떠올린다”면서 “2대 빌리의 활약에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빌리 엘리어트’ 출연이 발레리노 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임선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이뤄낸 빌리처럼 힘들 때마다 빌리를 생각하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연기·노래·탭댄스·애크러배틱 등을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발레 이외의 부분도 생각하다 보니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선우는 “‘빌리 엘리어트’는 아역 배우가 3시간 가까이 공연을 이끌어야 하는데다 연습 기간도 길어서 힘든 작품”이라면서 “그럼에도 무대에서 빌리를 연기하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 2대 빌리로 무대에 오를 다섯 아이들이 공연 끝까지 힘내서 열심히 해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빌리 역의 아역 배우들. 왼쪽부터 천우진·김현준·심현서·성지환·에릭 테일러(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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