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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마법 같은 경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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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17.05.21 09:02:02

"韓 경제 전반 생산성 향상 위해 구조개혁 필수"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1년여 전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을 그만 둔 A(36)씨. 그는 다음달 미국 모 대학에 MBA 과정을 밟으러 떠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한다. 공채 7년차였던 지난 2015년. 회사는 이런저런 경로로 퇴직을 설득했다. “나중에는 회사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금 돈 많이 받고 나가는 게 이익이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A씨는 아내도 있고 딸도 있다. 무작정 나오면 더 막막할 것 같았다고 한다. 결국 고심 끝에 공부를 다시 해보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회사를 떠났다.

시간이 약인 걸까. 어렵사리 입학 허가를 받고 출국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 A씨가 최근 했던 한 마디는 참 인상적이다. “뭐, 지금 생각해보면 구조조정을 하긴 해야 했던 것 같아요. 그냥 놀고 먹는 사람이 많은 게 보였어요.”

과거 회사가 잘 나갔을 때는 이런 고뇌에 빠질 필요가 없었다. 매출이 급증하고, 임금이 상승하고, 고용이 느는 선순환 와중에 일부 방만함과 느슨함은 대세에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어렵고 힘들 때다. 파이 자체가 줄다보니, 쌓이고 쌓였던 비효율이 확 도드라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은 고통의 또다른 단면이다. 그럼에도 A씨는 “전체로 보면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 전반에도 시사하는 게 있다. 현재 경제성장률은 연 3%도 버겁다. 앞으로 딱히 반등할 것 같지도 않다. 과거 10% 가까이 성장하던 때와는 구조적으로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

선택지는 많지 않다. 거시경제 권위자로 꼽히는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성장세 회복을 위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 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위해서는 기득권의 양보 혹은 포기를 수반하는 개혁이 필수적”이라면서도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고 우려한다.

따지고 보면 구조개혁이라는 제언은 글자로만 존재하는 것 같다. 해답은 있으나, 실천은 어렵다는 얘기다. 돈만 풀어 살아나는 마법 같은 경제는 없으니, 고통 분담에 동참하자고 말하는 리더십이 절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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