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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피스톨 박’이라 불리던 박정희 대통령의 최측근 박종규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신의 정·재계 영향력을 이용해 국내 도입을 추진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박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F-20의 한국 판매시 현재 시세로 따지면 6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대가로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본인의 처남이 운영하는 한 고속버스 회사를 에이전트 회사로 지목하고, 절충교역 조건으로 한 호텔업체에 대한 투자를 요구하는 등 사적 관계에 놓인 이들의 배를 불리는 데 공군 전투기 도입사업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기중개상의 꿈은 F-20이 시험비행 중 추락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노스롭은 1984년 10월 수원 비행장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등 각계 고위인사를 초청한 가운데 시범비행을 보였으나 하늘로 날아오른 전투기는 배를 보인 채 땅으로 곤두박질했다. 또한 미국 정부가 F-16 전투기에 대한 해외판매 금지를 해제하면서 노스롭은 악재에 부딪혔고 결국 고배를 마셨다.
“사랑하는 린다에게. (…중략…) 편지 말미에 린다의 결론, ‘당신을 사랑해요’가 모든 것을 감싸고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당신을 사랑하는 L.” 2000년 5월 한 언론사에 이같은 내용의 편지가 전달되면서 군은 발칵 뒤집혔다. 편지를 쓴 L은 1994년 12월부터 1996년 10월까지 재임했던 이양호 국방부 장관이었다. 편지에 등장하는 린다는 무기중개상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린다김(본명 김귀옥)이다.
이에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인 백두사업을 둘러싼 방위사업 비리 의혹이 일었다. 이 장관이 재임 중이던 1996년 우리 군은 백두사업 신호정보수집장비로 미국 E시스템사의 원격조정감시체계를 채택했다. 린다김은 E시스템이 고용한 무기중개상이었다. 이 업체는 가장 비싼 가격을 써내고도 사업을 따냈다.
린다김은 군사기밀을 유출하고 사업총괄팀장에게 1000만원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장관은 경전투헬기 선정 과정에서 대우중공업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구속돼 1996년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도 거물 무기중개상의 계보를 잇고 있다. 경찰 출신 이 회장은 1985년 퇴임하고 무기 중개업을 시작했다.
그는 2000~2006년 ‘2차 불곰 사업’에서 러시아 군수업체 측 중개상으로 활동하며 휴대용 대전차유도미사일과 공기부양정 사업 등을 따냈다. 이 회장이 중개한 무기의 총금액은 3억 1000만 달러(3650억원)에 달한다. 불곰사업은 노태우 정부시절 옛 소련에 경제협력 명목으로 차관한 돈의 일부를 러시아산 무기로 상환받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배임과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법원은 2012년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했다. 또한 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터키 하벨산사의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예비역 공군 장성 등과 공모해 원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정의승 유비엠텍 회장은 1977년 해군 중령으로 예편한 뒤 무기중개상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전역 후 독일의 방위산업 업체인 MTU 한국지사장으로 이름을 올렸고, 율곡사업에서 김철우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3억원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장보고 I, 장보고 II 등 잠수함 사업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함태헌 셀렉트론코리아 대표는 5890억원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 사업을 중개했다. 최윤희 전 합동참모의장 등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됐지만,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돼 검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