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보다 대형 오피스 인기, 왜

이승현 기자I 2016.02.02 05:30:00

서울 대형 55% ‘렌트프리’ 서비스
일정기간 임대료 안 받는 전략 주효
중소-대형 공실률 31개월 만에 역전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서울 오피스빌딩 시장에서 대형 건물과 중소형 건물 간의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대형 오피스(10층 이상 또는 연면적 1만㎡ 이상)의 공실률은 낮아지고 있는 반면 중소형 오피스의 공실률은 치솟고 있다.

1일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대형이 9.6%, 중소형은 11.3%로 조사됐다. 대형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중소형보다 낮아진 것은 2013년 2분기 이후 2년 9개월만이다. 대형 오피스의 경우 지난해 2분기 공실률 9.8%를 기록한 후 3분기 9.7%, 4분기 9.6%로 소폭 하락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 오피스는 같은 기간 7.5%에서 11.3%까지 높아졌다.

대형과 중소형 오피스 공실률이 역전된 것은 그동안 높은 임대료 탓에 중소형에 밀리던 대형 오피스들이 ‘렌트프리’ 서비스로 공세에 나선 게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렌트프리는 임차인의 임대료를 일정 기간 동안 받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보통 첫 입주 후 6개월 간 임대료를 무상으로 하거나 매년 2~3개월씩 임대료를 받지 않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사실상 임대료 인하 효과가 생긴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업무 환경이나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선호도가 높지만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입주하기 어려웠던 대형 오피스에 입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에서 발표한 ‘서울 오피스 임대시장의 렌트프리 결정 요인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13년 3분기 기준으로 서울 대형 오피스 260개 빌딩을 조사해 보니 렌트프리를 제공하는 곳이 55%(143곳)에 달했다. 이들이 제공하는 평균 렌트프리 기간은 2개월이었다.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일수록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렌트프리 기간을 길게 적용했다. 렌트프리를 3개월 이상 제공하는 곳의 초기 공실률은 14.3%였고, 2개월은 9.2%, 1개월은 6.1%였다. 렌트프리를 제공하지 않는 곳의 공실률은 2.5%로 낮았다.

실제 서울 강남구에 있는 연면적 약 3만 3000㎡ 규모의 A빌딩은 지난해부터 매년 2개월씩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를 진행해 연초 10%대에 달하던 공실률을 현재 4% 수준까지 낮췄다. 반면 중소형 오피스는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대형 오피스빌딩에 임차인을 빼앗기고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펀드나 외국계 기업이 주로 소유한 대형 오피스빌딩은 관리를 전문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중소형 오피스는 개인이나 다수의 개인 투자자가 소유하면서 직접 관리하는 곳이 많다보니 시장 상황에 기민한 대응이 어렵다”며 “앞으로 향후 대형 오피스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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