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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와글와글 野編]“무척 힘들다”는 안철수, '헛짚은' 국정원해킹 IP

강신우 기자I 2015.08.22 06:00:00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무척 힘들다”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 19일 중간결과 관련 기자회견>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데일리DB.
지난달 15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 전면에 나섰습니다. 국가정보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를 놓고 민간인 사찰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당내 최고 ‘IT전문가’라며 자청했습니다. 이틀 뒤인 17일에는 당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인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국민위)’를 발족해 본격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국민위가 진상조사를 벌인지 33일 만인 19일. 기자들의 시선은 안 의원에게 쏠렸습니다. 400기가바이트(GB)나 되는 방대한 양의 이탈리아 해킹팀사 유출 자료를 수작업한 끝에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는 겁니다. 진상규명 작업에 피로감이 쌓인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안 의원은 기자회견 첫 발언에서 “무척 힘들다”고 했습니다. 국민위의 한정된 인원, 짧은 활동기간 탓에 국민 기대에 부응한 결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고는 국정원과 여당의 비협조가 가장 큰 장애라고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내놓은 새 증거는 개인 컴퓨터용(PC) KT발 아이피(IP)주소 3개였습니다. 지금까지는 휴대전화 단말기 중심의 IP 주소만 발견했는데, PC를 통해서도 해킹이 이뤄질 수 있다는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번 자료로 추정컨대 국정원이 원격조정시스템(RCS)를 통해 소수의 명확한 대상을 타겟으로 도·감청을 시행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게 국민위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소수의 명확한 대상’을 찾았다는 겁니다. KT 양재지점에서 관리하는 IP 주소(121.138.144.60)로 모 제약회사의 한 직원이 사용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 차원에서 사용자까지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영장 없이는 통신사가 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죠. 지난달 새정치연합이 SKT 휴대전화 IP 5개에 대한 사용자를 밝혀야 한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알고 봤더니 포털사이트를 통해 해당 IP 주소를 검색하니 그렇게 나왔다는 겁니다.

국민위가 국정원 해킹 공격 IP라고 밝힌 주소 ‘121.138.144.60’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더니 모 제약회사의 A 모 씨가 쓴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더군요. A씨는 지난 2012년 10월11일 오후 1시47분께 ‘무대의상 대여·제작전문’ 사이트에 주문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A 제약회사’라고 자신의 신상을 밝혔고 그 주문 글 상단에 이와 같은 IP 주소가 나와 있어 일반 포털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겁니다.

A 제약회사 전산팀 관계자와 통화하니 “이건 우리 IP가 아니다. IP도 모르겠고, A씨라는 사람은 옛날에 있다가 퇴직한 분이긴 한데, 확실히 그 이름이 맞는지 모르겠다“고만 했습니다. 국민위가 밝힌것과 정반대의 이야기입니다.

다음날 국민위 소속 전문가 위원 중 한 분이 기자에게 연락해 왔습니다. 그럴리가 없다는 겁니다. A 제약회사는 KT 양재지점과 불과 1Km 남짓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A 제약회사의 A 모씨가 해킹을 당했을)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면서도 확신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국민위에 수사권한이 없으니까요. 국민위가 계속해서 국정원의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검찰에 수사 착수를 다그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국민위는 검찰 수사 없이는 엉뚱한 IP 사용자만 짚어낼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힌 겁니다.

400GB 이탈리아 해킹팀사 유출자료 거기에 의존해 증거를 찾는 작업을 지금도 국민위는 하고 있을 겁니다. 책으로 묶으면 수만권은 되는 분량이죠. 한 달간 뒤져서 발견한 게 고작 IP 3개였느냐고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국민은 국정원이 정말 해킹을 통한 민간인 사찰을 했는지 묻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국가안보상 이유로 자료제출을 할 수 없다하고, 검찰은 아직까지 수사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국민위가 의혹을 해소해 주길 바라는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거겠죠. 그런데 그 기대만큼 실망도 커지는 법입니다. 그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정치적인 것은 잘 모릅니다. 다만 진실을 캐보려고 국민위에 들어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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