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대주택 꼼수에 혈세 줄줄 샜다

박종오 기자I 2015.07.20 05:0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민간 건설사들이 공공임대주택을 지어놓고 사실상 분양을 하는 편법 행위가 전국에서 판을 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금강주택·모아주택산업·부영주택·중흥건설·한양·호반건설 등 상당수 건설사들이 5년·10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계약자들에게 아파트 분양 전환 가격을 미리 약속하고 입주 때까지 분양가의 70~100%를 받았다. 주택 소유권 이전이 늦을 뿐, 사실상의 일반분양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정해진 임대 기간의 절반이 지나면 사업자와 합의해 입주자가 우선하여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5년 공공임대는 입주 2년 6개월 후에, 10년 공공임대는 5년 후에 분양 전환을 할 수 있다.

이들 건설사는 입주자 모집 시점에 ‘확정 분양가’라는 명목으로 향후의 분양 전환 가격을 계약자와 미리 약정하고 기존 임대보증금에 매매 예약금이나 임대료(월세) 선납금을 더 받는 방식으로 조기 분양을 했다. 본지 취재 결과, 2009년 이후 이 같이 공급된 5년·10년 공공임대 아파트는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와 화성 동탄2신도시, 세종시 등 전국에 20개 단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비를 빨리 회수하기 위해 임대 아파트를 미리 분양하는 일종의 꼼수”라며 “요즘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건설사들이 대부분 진행하는 업계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편법 임대주택을 짓는데 공적 자금이 대거 투입된다는 점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택지를 민간에 조성 원가보다 최대 40%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LH 내부 자료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임대주택 용지를 싸게 사서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는 식으로 단지당 많게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 차익을 남겼다.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건설사는 정부 기금 저리 대출과 취득세·재산세·법인세 등 각종 조세 감면 혜택도 받는다. 처음부터 LH가 제값을 받고 분양주택 용지로 팔았다면 138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회사 부채를 갚거나 다른 주거복지 사업에 쓸 수 있는 세금 등 공공 재원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확정분양가 계약을 한 아파트 입주자들의 분양권 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B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 입주한 ‘유승한내들(10년 임대)’ 아파트는 올해 들어서만 웃돈이 5000만원 이상 붙어 10건가량 거래됐다”며 “엄연한 매매지만 기존 입주자가 임대 계약을 해지하고 뒷사람이 이어받는 것처럼 분양권을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황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개인 간 계약이므로 임대의무 기간에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고 민사법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면 문제 될 게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토부는 이처럼 무늬만 임대인 주택을 전체 공공임대 물량에 포함해 집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 숫자를 늘려보려는 정부와 그 빈틈을 찾아 이익을 챙겨가는 건설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며 “애초 정부가 허술한 제도와 관리로 이런 편법이 허용되는 구멍을 만든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5년·10년 공공임대주택=공공기관 또는 민간 건설사가 공공택지 등에서 재정이나 정부 기금을 지원받아 짓는 임대 기간이 5년 또는 10년인 주택. 정부가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려고 2009년 10년 공공임대의 조기 분양 전환을 허용하고, 2011년부터 5년 공공임대 택지 공급을 재개하는 등 규제를 푼 이후 공급 물량이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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